일베 만행 대책마련 시급...언론사 홈페이지 해킹까지

2014-10-21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호남지역 비하 발언을 주로 인터넷 상에 표출했던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의 만행이 언론사 홈페이지 해킹 등 직접 행동으로 진화되고 있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20일 광주지역 월간지 전라도닷컴의 홈페이지를 해킹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일베 회원 고모(20)씨, 박모(16)군, 임모(16)군 등 18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베의 호남 비하는 주로 인터넷상에 글을 쓰거나 호남 비하 포스터를 특정장소에 부착한 뒤 관련 사진을 찍어 게시하는 등의 소극적인 행동이었다.

지난해 5·18 33주년 행사가 열린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모욕하는 사진과 글이 부착됐고 이를 알리는 내용이 인터넷에 확산돼 논란이 빚어졌다.

사진에는 김 전 대통령의 얼굴을 돼지나 코알라로 보이는 동물머리와 합성한 사진과 함께 모욕성 글이 담겨 있었다.

또 한 일베 회원들은 5·18 희생자들의 관 사진을 '배달될 홍어들 포장완료'라고 택배로 비하한 게시물을 올려 유가족으로부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검찰의 수사가 이뤄지자 이들은 뒤늦게 5·18묘역을 찾아 참배하며 반성하기도 했다.

지난 3월31일에는 여성가족부와 광주의 한 교회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군부대 등 대규모 병력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 등이 조사를 벌여 거짓신고로 밝혀졌지만 신고 당사자는 조사에서 "자신이 회원으로 가입했던 일베 사이트에서 '여성가족부에 폭발물을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본 뒤 이 같은 거짓 신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일베 회원이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세월호 참사 기사를 삭제하는 등 직접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고씨는 지난 8월30일 오전 1시26분께 전라도닷컴 홈페이지의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일베 사이트에 '전라도닷컴의 비밀번호'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시했다.

이를 본 박군과 임군 등은 고씨의 글을 스크랩해 인터넷 사이트에 퍼뜨렸으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기사 제목을 '홍어'로 바꾸거나 전남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삭제했다.

해킹을 당한 전라도닷컴은 홈페이지 접속이 안됐고 수일째 복구가 되지 않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이번 해킹에 직접 가담한 18명 중 10명은 중·고교생과 대학생이었으며 20대 3∼4명과 군인 1명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게시글을 보고 재미삼아 해킹했다"고 진술하는 등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베 사이트에 대한 제재조치는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일베에 대한 제재는 2012년 190건이던 것이 사회적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지난해에 869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올해 8월까지 이미 작년 시정요구 건수를 뛰어넘는 875건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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