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패 갈림길에 선 정용진의 야심작 ‘위드미’
가속도 안 붙는 점포 늘리기 손익 분기점은 언제 넘나
‘옛’ 위드미 ‘신세계’ 위드미 명확한 구분 어려워 혼란 가중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기로, 상생협약 체결 이튿날 사업 개시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신세계그룹과 그 수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야심작으로 내놓은 편의점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정용진 부회장은 이른바 3무 전략을 앞세워 편의점 시장을 재편하기 위해 나섰지만 가맹점주들의 선택을 원활하게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또 일부에선 이탈 가맹점주가 나오고 있으며, 경쟁사들 역시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듯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익분기점으로 예상되는 2500여 곳의 점포를 출점하는 날도 너무 먼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일요서울]이 위드미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의점 위드미가 맞닥뜨린 현실은 신세계가 내놓은 목표 점포수와 실제 늘어난 점포수를 비교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정용진 부회장은 앞서 기존 편의점과 달리 상생을 강조하는 위드미를 앞세워 편의점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점주가 내야 하는 로열티를 없애고, 영업시간도 자율선택에 맡겨 365일 24시간 운영을 자유롭게 하는 등 상생이 주된 포인트로 가맹 사업을 늘려나가겠다는 것이었다. 또 신세계는 당시 올해 말까지 점포수를 1000개까지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사업 진출이 몇 달가량 지난 지금 위드미의 점포수는 200여 곳이 넘어가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연말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점포가 아무리 급격하게 늘어나도 1000개는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또 한 가지 정용진 부회장이 신규사업자보다 기존 편의점 점주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을 밝혔을 때만 해도 기존 편의점들이 긴장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기준 편의점 점주 가운데 위드미로 사업장을 갈아탄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로열티가 없는 점을 감안해 2500여 곳의 점포를 열어야만 위드미 사업이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두고 ‘부진’이라는 시각이 팽배한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아직도 예전 ‘위드미’와 새로 시작한 ‘위드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신세계가 위드미를 가지고 가면서 새로운 편의점으로 진출했지만 이를 거절한 가맹점주들은 현재 간판만 위드미를 내걸고 일반 슈퍼를 영업을 하고 있는 꼴이다.
끝도 없는 잡음
더욱이 신세계가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상생협약을 한 이튿날 편의점 체인 위드미 사업을 개시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이 말했던 상생도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7월 1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전통시장·소상공인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협약을 했다. 협약의 내용은 신세계가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20억 원씩 1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상권활성화와 소상공인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부분이 골자였다.
하지만 신세계는 그 바로 다음 날인 같은 달 17일 편의점 체인 위드미 사업설명회를 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연말까지 점포수를 10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3년 안으로는 2500개에 달하는 점포를 열겠다는 청사진까지 그렸다.
노영민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역 상권을 살리겠다는 협약을 내세운 신세계가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편의점으로 이어지는 수식 유통망 구축에 나선 상황”이라면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할 대기업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의점 사업 신규진출에 대한 비판을 사진 찍기 행사로 무마하려 한 행동이며, 공단이 이에 들러리를 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노영민 의원은 신세계가 2010년 5월에도 중소기업청과 동반성장 협약을 한 이후 이마트 트레이더스 점포 확대에 나선 선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언제까지 정부 공공기관이 대기업에 놀아날 것인가. 중소기업청 등 관련 공공기관은 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달 전국 대기업 편의점 수는 국정감사 자료 기준으로 CU 8206곳, GS25 8124곳, 세븐일레븐 7216곳, 위드미 176곳이다.
한편 신세계 측은 모두 상황과 맞지 않은 해석이라고 반박한다. 출점경쟁보다 점주의 이익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출점 속도가 느린 것이며, 상생을 해친다는 것은 오히려 경쟁사들이 들어야 하는 지적 아니냐는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출점 속도가 느리게 보이는 것은 주요 장소의 핵심 상권 출점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서다”라면서 “3개월 정도 지나야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연말과 가까워질수록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가맹점주들의 실제 이익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가맹본부가 원하는 바는 ‘위드미가 이익이 많이 남는다’는 입소문이 나는 것”이라면서 “점주들이 이득을 제대로 보는 매장 만들기가 목표지 단순한 점포수 경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존 점포와 신세계 소속 점포가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기존 가맹점주 중 신세계와 따로 영업을 하겠다는 분들이 간혹 있었는데, 냉정하게 당장 간판을 철거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면서 “이러한 이유로 현재 옛 위드미와 현재 위드미가 혼동되는 부분이 있고, 운영 방식에서 다소 편법적인 운영이 있는 것으로 안다. 잘못이 있다면 냉정하게 간판을 떼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상생과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지적은 “이제 막 200곳 넘은 편의점이 골목 상권 침해라는 시각을 듣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면서 “대기업이라고 무작정 지적할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중소 상인·상권과 협력해 나가고 있는지 진실을 봐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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