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의 종교시설…100억대 교회 매물 쏟아져

충성교회 500억 평가받기도

2014-10-20     오두환 기자

호황기에 무리하게 증축했다가 재정난으로 경매 넘어가
개신교, 양적 성장 이뤘지만 질적 성숙은 이루지 못해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통계청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53%가 종교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유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다종교국가이자 종교전쟁이 없는 국가다. 이중 개신교는 근대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지난 200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수가 861만 명이다. 9년이 지난 지금은 신자수와 함께 교회세력도 더 확장됐다. 하지만 이제 한국 교회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종교 지도자들 중 일부는 교세 확장 등 외형적 성장에 큰 관심을 쏟아왔다. 복음전파 및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등의 임무에는 소홀한 채 신자 수를 늘리고 커다란 교회, 유명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힘써 왔다.

우리나라 종교계의 양적 팽창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르게 이뤄졌다. 1950년 60만 명의 신자가 2005년 861만 명으로 급증하는데 불과 55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재적 신자 수가 75만 명에 이를 정도다. 이밖에 서울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형 교회가 수두룩하다.

“우리나라 교회 수는 편의점보다 많을 것“

하지만 경제성장의 폐해와 마찬가지로 개신교의 양적성장이 질적 성숙을 이루지는 못했다. 오죽하면 한국교회연합이 2012년 종교개혁 495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작금의 한국 교회 현실은 495년 전 부패와 오만, 달콤한 죄악에 빠져 있던 당시의 교회와 다르지 않다”며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적 타락과 금권만능주의는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고 “이로 인해 사회적 지탄과 기독교 안티 세력이 확산되고 있다”고 개탄했을까.

지금 한국 교회는 침체기와 함께 시련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씨는 목회자들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교회 수가 편의점 보다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라고 했다.

어느날 한 전도사가 구글 지도를 통해 보니 특정한 지역에 표시된 교회 수가 편의점 수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고 한탄한 말이라고 한다. 종교인의 사명인 복음전파는 당연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외적성장에만 힘을 쏟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성전’이라 부르는 새로운 교회를 건립하는 데 큰 돈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척교회를 시작으로 어느 정도 신도 수가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더 크고 화려한 교회를 짓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그들이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인지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우리나라 종교인들에게 큰 시사점을 안겼다. 그는 평소 가난한 이들과 함께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5월 12일 바티칸 시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가난한 사람들, 버림받은 사람들, 병자들, 소외된 사람들이야말로 그리스도의 살입니다”라고 연설하는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끊임없이 드러냈다.

외적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그들이 ‘성전’이라 부르던 교회가 최근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일이 늘고 있다. 사명을 잊고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한 대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4월까지 경매 물건으로 나온 대형 교회, 사찰 등 종교 시설은 1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5건보다 45% 증가했다. 지난 2008년 연간 181건에 불과하던 종교시설 경매건수가 2012년 309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91건까지 증가했다.

사명 잊고 해야할 일 소홀히 한 대가

전문가들은 종교시설이 매물로 많이 나오는 이유로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기불황은 신자 감소, 헌금 감소로 이어지고 은행 빚을 지면서 짓던 교회는 결국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교인·헌금 줄자 은행이자 감당 못해

경매시장에 나온 교회들의 감정액을 살펴보면 그동안 한국 교회가 얼마나 외적 성장에 치중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경매장에 나온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위치한 충성교회는 감정평가액이 526억원이었다. 서울 일원동에서 2010년 신도시 판교로 이전한 충성교회는 지하 5층 지상 7층에 연면적 2만5980㎡ 규모다. 독서실, 체력단련장, 카페, 영화관, 예식장 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신축된 충성교회 건물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완공 3년 만에 경매로 넘어갔다. 서울 일원동의 지하실 교회에서 시작해 급속히 성장한 이 교회의 재적신도는 1만여 명이다. 지난 9월 5일 하나님의교회가 288억 원에 입찰해 법원이 ‘최고가매각허가결정’을 내렸으나 현재 충성교회가 법원에 이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구 평동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본부 건물도 법원 경매시장에 나왔다. 60여 년의 전통을 가진 이 교단은 산하에 2000여개 교회가 소속돼 있다. 5층 규모인 이 건물의 감정가격은 191억원이다.

경기 부천 상동신도시에 있는 하늘빛교회도 경매시장에 나왔다. 감정가격은 101억 원이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큰기적교회도 감정가 103억 원으로 경매시장에 나왔다.

이밖에 서울 영등포구 소재 영신교회는 2012년 11월 처음 경매에 나왔었다. 당시 감정액이 62억1816만 원이었지만 낙찰 가격은 절반 수준인 31억8369만 원으로 떨어졌다. 영신교회 건물은 세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 2월 낙찰됐다. 영신교회는 건물면적만 710평으로 지하 2층 지상 6층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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