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하사관 의료사고 논쟁

2007-10-25     윤지환 
유가족 “병원측 의료사고 은폐하려 서류 위조”

일요서울은 지난 9월 11일 현역 육군 하사관의 의료사고사망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24일 고 김진현(23세) 하사가 부천의 한 병원에서 수술 직후 갑자기 사망한 것으로, 일요서울이 단독으로 보도한 직후 공중파 방송사와 타 언론사가 이 사건을 잇달아 보도해 의료사고의 심각실태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 사건을 둘러싼 의료사고 논란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김 하사의 유가족들은 김 하사가 병원측의 의료과실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담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서를 공개했다. 또 유가족들은 그동안의 추가 조사를 통해 병원 측이 김 하사 사망사건을 축소·은폐하려한 증거들도 함께 공개했다.


김 하사의 사망원인에 대해선 병원과 유가족 모두 마취제에 의한 부작용인 것 같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김 하사의 수술을 집도한 부천 A병원 측은 마취제에 의한 부작용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소재에 대해선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마취제 부작용에 의해 김 하사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병원 책임이 100%는 아니라는 것이다.

병원 측 관계자는 “김 하사의 사망원인에 대해선 마취제 부작용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은 의학적
으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돌발 상황이기 때문에 병원의 의료행위 자체가 문제였다고는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유가족들은 이 사건에 대해 병원 측의 의료과실이 100% 확실하다며 병원 측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병원 의료진들을 상대로 한 유가족의 이 같은 주장은 근거부족을 이유로 항상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김 하사에 대한 국과수의 부검결과가 나옴에 따라 유가족들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게 됐다. 뿐만 아니라 병원측의 서류변조의혹도 일정부분 사실로 드러나 병원측은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병원의 늑장대처 의심”

유가족들이 공개한 국과수 부검결과에 따르면 김 하사의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추정되며 마취 술기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국과수가 병원의 대처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인정한 점이다.

국과수는 김 하사가 사망할 당시 이에 대한 병원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혈압관리 부분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병원측은 김 하사의 혈압 상태를 회복실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국과수는 보고 있다.

김 하사의 아버지 김윤기씨는 “아들을 A병원에서 부천순천향대학병원으로 옮긴 직후 이 병원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1시간만 일찍 왔어도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며 “A병원측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며 두 시간 이상 허비하는 사이 우리 아들은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유가족들은 A병원측이 진료기록을 조작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에 따르면 국과수에서 조차 병원의 진료기록이 허위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일 한 공중파 방송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며 A병원이 진료서류를 조작한 흔적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방송내용에 따르면 A병원측은 진료기록에 김 하사가 수술 후 1시간 20분 후에 경련을 시작했다고 기록했지만, 사실은 수술 직후인 25분만에 경련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병원측은 수술 후 환자에 대한 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유가족들은 주장했다.

병원측은 수술후 김 하사가 회복실에서 30분간 머물렀으며 이후에 입원실로 이동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이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병원측을 비난하고 있다.

아버지 김씨에 따르면 수술 시작이 오후 5시 10분경이고 종료시간은 5시 30분경이었으며, 이어 입원실 도착시간은 5시 40분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이동 담당자의 증언과 CCTV의 판독으로 증명된 내용이다.

또 병원측은 김 하사가 이동중 심한 경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실로 이동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입원실로 옮겨 김 하사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소홀이 했다는 게 유가족들의 주장이다.

한편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차후에 밝히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병원측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당시 최선을 다했다. 일부러 사람을 죽이려하는 의사나 병원은 없지 않겠나”며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아닌데 유가족들은 일방적인 주장만 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