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눈총 때문에 숨죽여 산다”

2007-10-17     윤지환 
아프간 피랍을 계기로 개신교의 무분별한 선교활동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한 선교단체가 비밀리에 아프간 선교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서울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8월 아프간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교단체들은 편법으로 아프간에 소속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신정아 파문에 가려져 있던 아프간 피랍자 21명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피랍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샘물교회 측은 아프간 피랍자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렸으나 비난여론이 다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프간 피랍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샘물교회 측에 따르면 피랍자들은 거의 정상을 회복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이들은 여전히 샘물교회에 나가 종교 활동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샘물교회의 한 관계자는 “피랍자들 모두 여전히 예배에 참석하고 있으며 특별히 지난 기억에 힘들어 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박은조 목사님 역시 지난달 사표를 제출해 교단이 술렁이긴 했으나 이후 신임투표에서 93%의 신임을 얻어 지난주부
터 말씀을 전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피랍자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훌훌 털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샘물교회의 한 신도가 전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피랍자들의 실상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 대인기피증세”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신도는 “교회 안에서야 모두 신도들이기 때문에 감싸 안아주지만 바깥에서는 비난여론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모두 피랍자들을 광신도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어 피랍자들 대부분이 경중
만 다를 뿐 대인기피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하나하나가 만인에게 주시되고 있으며 혹시 사소한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사회적으로 매장되지 않을까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신도는 대인기피증이 유난히 심각한 피랍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

또 그는 “사실 피랍자들은 이곳(샘물교회)의 일반 교인들보다 피랍됐던 사람들끼리 의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피랍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뿐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접촉도 최대한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피랍자들의 심각한 후유증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9월 12일부터 속초에서 다른 피랍자들과 합숙 요양을 하던 이성은(24.여)씨는 약 일주일 만인 18일 급히 샘안양병원으로 이송돼 다시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씨는 피랍중 스트레스와 허약해진 체질로 현재 폐질환을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 심성민씨 부모 침묵

이와 함께 아프간에서 피랍됐다 피살된 고 심성민씨의 부모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씨의 부모는 한때 샘물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그에 대한 진행상황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샘물교회 측은 이에 대해 “심씨 유가족 측에게서 소송에 대해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심씨의 아버지 심진표(62)씨는 지난 9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빠른 시일내로 무책임하게 아들을 사지에 보낸 샘물교회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소송은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씨의 어머니 김미옥(61)씨는 소송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 일 때문에 우리가족 모두 너무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심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아 소송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순 없었다.

한편 최근 들어 샘물교회 내부에선 그 진위를 확인하기 힘든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소문의 내용을 들어보면 피랍자들의 석방비용을 샘물교회가 지불했으며 이를 정부에서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괴소문은 현재 샘물교회 내 신자들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확인을 위해 샘물교회 측에 문의해 보았다. 하지만 샘물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의문을 더욱 증폭시켰다.

샘물교회 관계자는 “내가 그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그것은 나중에 그 부분을 설명해줄 수 있는 분과 따로 접촉해 확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독교단체 ‘아프간 선교’ 재개

개신교의 한 단체가 또 다시 아프간으로 선교인원을 파견한 것으로 지난 11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단체는 정부가 탈레반과의 인질석방 협상 당시 아프간 내 기독교 선교 활동 중단에 합의했음에도 또 다시 무모한 행동을 강행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단체 뿐 아니라 다른 일부 선교단체들도 아프간에 소속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서울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선교사를 아프간 현지 업체에 위장 취업 시키거나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주변 국가에서 비자를 받는 방법으로 아프간에 들어가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일부 급진적인 선교단체들이 제3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 선교사들을 통해 사실상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목적이 분명치 않은 한국인들이 아프간에 체류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단계여서 확실히 단언할 순 없다”면서도 “현지 정보통에 따르면 사업을 목적으로 아프간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 중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속 타는 소말리아 피랍자 가족

소말리아 피랍자 가족들은 아직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피랍자들이 아직도 귀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15일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국선원 4명이 해적들에게 피랍된 지 벌써 5개월째에 이르고 있다.

이에 피랍자 가족들은 “어떻게 아프간 피랍자와 같은 피랍자인데 정부의 대처가 이렇게 다를 수 있냐”며 “정부는 국민을 차별하지 말고 즉각 피랍자들 구출에 힘써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또 피랍자 가족들은 “지난 7월에 있었던 아프간 사태와는 다르게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애가 타는 가족들에게 언론에 공개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한 피랍자 가족은 소말리아 피랍자 사이트 게시판에 “정부 관계자는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피랍된 우리 아버지가 영향력 있는 단체의 일원이거나 지도층 인사였다면 정부의 대처는 달랐을 것”이라고 정부의 이중성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