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 등극 서경배 회장…웃음뒤 그늘?
요우커에 웃는 아모레퍼시픽의 두 얼굴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요우커 증가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요우커들의 한국 화장품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헤라, 아이오페 등은 요우커들의 선호 브랜드다.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이 유통업계의 어엿한 큰 손으로 자리 잡은 요우커들로 인해 수혜를 입은 셈이다.
요우커는 관광객을 통칭하는 중국어로, 국내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을 일컫는 말이 됐다. 요우커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 7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중국의 국경절 연휴동안 우리나라를 찾은 요우커는 무려 16만 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한 번에 대량구매를 하고, 고가의 물품을 많이 구입하는 특징이 있다. 요우커 한 명이 쓰는 돈은 전체 외국인 평균보다 35% 더 많다.
이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90만 원대였던 주가는 230만 원대로 올랐다. 서 회장의 주식가치는 2조7000억 원에서 6조7000억 원이 됐다. 또한 서 회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제치고 대한민국 주식 부자 2위에 등극했다. 요우커 덕분에 단숨에 황제주로까지 부상한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상반기 매출도 상승세다. 아모레퍼시픽은 2조3000억 원의 상반기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나 오름세를 보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상반기에 매출 2조3165억 원, 영업이익 386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6%, 32% 성장했다.
중국 현지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상반기 중국 매출은 2209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6.5%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 당시 영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방한 기간 중 서울 동대문 쇼핑몰을 찾아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매장에 들러 에센스와 수분팩을 구입하기도 했다.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서는 한국 대표 기업으로 초청돼 중국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소개했다.
봐주기 논란 성장 엔진 주춤
하지만 웃음 뒤에 가려진 그늘도 있다. 공정위가 아모레퍼시픽에 내린 처분을 두고 ‘봐주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막말과 욕설, 물량 밀어내기 등의 행위를 ‘무혐의’로 처리했다. 논란이 됐던 위법행위를 입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갑의 횡포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샀던 남양유업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때문에 남양유업 매출액과 비교해 2배 이상의 규모인 아모레퍼시픽에 내려질 처분은 남양유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23억 원의 과징금 부과, 검찰고발 등의 조치가 내려졌던 남양유업과 달리 무혐의 처리로 끝이 났다.
문제는 공정위가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고, 일방적인 방문판매원 이동 행위에 대해 내린 5억 원의 과징금 처분만을 알렸다는 점이다.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것은 아모레퍼시픽이 특약점주의 의사에 반해 방문판매원을 다른 특약점 또는 직영점으로 일방적으로 이동시킨 일에만 해당됐다. 새로운 특약점을 신규 개설할 경우 우수방문판매원을 투입해 방문판매 유통경로를 확대하고, 기존 특약점주의 관리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우월적지위를 남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밖의 폭언, 욕설 등 지난해 논란이 됐던 문제들이 무혐의 처리가 된 것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갑의 횡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자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5억 원의 과징금으로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의 한 관계자는 “사실 남양유업만 이례적으로 처벌이 강했을 뿐이다”며 “그동안은 이 같은 전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핵심 성장엔진으로 불리던 방문판매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온라인과 면세점, 홈쇼핑 등 판매채널이 다각화되면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올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의 방문판매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5%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의 방문판매 매출은 2008년 57.1%까지 치솟으며 핵심 판매채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0년 38.0%, 2011년 31.6%, 2012년 23.7%로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문판매가 구조적으로 역성장 단계에 들어섰지만 아직까지 매출 비중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면세점과 온라인 판매 비중이 늘고 있어 성장 엔진 교체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올 상반기 아모레퍼시픽 면세점 매출 비중은 15.6%다. 지난해 13.2%에 이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요우커들이 제품을 싹쓸이 하는 현상으로 인해 지난 2월부터는 면세점 매장에서 1인당 일부 단일품목 구매를 10개 이하로 제한하기도 했다. 온라인 판매비중도 지난해 10.7%를 차지하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논란이 된 부분과 관련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갑을논란에 대해서는 지난 8월 대리점주협의회 측과 원만한 합의를 마쳤다”며 “공정위 발표 이후에도 영업 관행에서 개선할 점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대리점주들과 동반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 쓸 것이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의 봐주기 논란에 대해서는 “공정위 처분에 대한 말들이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대표성을 가진 대리점협의회와 원만한 협의를 마친 상태다”며 “봐주기 등에 대한 얘기 등으로 대리점주들과 갈등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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