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험업법 개정안에 우는 현대해상·동부화재
손해사정업계 일감 몰아주기 끝?
자회사 형태 손사업체에 업무 100% 안겨줘
비율 50%로 떨어지면 수수료 등 수익 급감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새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칼바람이 예고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지금까지 손보사들은 자회사 형태의 손해사정업체를 세워 자사 일감과 수수료를 몰아줬다. 특히 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 등은 그 비율이 100%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자기 손해사정 업무 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해당 보험사들의 고민도 깊어가는 모습이다. 게다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독립 손해사정업체 역시 불법 보험사기에 연루되는 등 해결점이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사정업체를 설립해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7일 공개한 손해사정업체 현황 및 위탁 수수료 지급 현황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보험사들은 손해사정업체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해 최대 수준까지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은 해마다 거의 100%에 달하는 비율의 일감을 자회사에 몰아줬다. 이들이 몰아준 일감은 매년 최소 172만건에서 최대 326만건에 달했다.
또 이에 따른 수수료도 최소 634억 원에서 최대 1045억 원에 이르렀다. 이들 회사는 모두 2011년부터 3년간 2000억 원 이상의 수수료를 자회사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자보다는 보험사 편
통상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와 보험금 청구권자 간에는 손해액에 비례한 보험금이 산정된다. 이때 손해사정업체는 중간에서 객관성을 갖추고 손해사정업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대형 손보사가 만든 손해사정업체의 경우 자칫 공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새 보험업법 개정안도 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10여 명의 의원들은 보험사들이 보험사고 발생 시 손해액을 평가하는 손해사정업무를 일정비율 이상 자회사에 몰아주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새 개정안에서는 보험사가 손해사정을 하는 경우 자기 손해사정 업무의 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도록 했다. 만약 이전처럼 일정비율 이상의 일감을 자회사에 몰아주면 최고 5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기에서 자기 손해사정은 보험사가 자체 고용한 손해사정사나 자회사인 손해사정업자에게 위탁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현재 대부분의 손보사가 자사에서 고용한 손해사정사나 손해사정업을 하는 자회사 등에 업무를 몰아주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여파가 클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 등의 손해사정업무는 조사된 바와 같이 외부 위탁비율이 1~2%에 불과할 정도였다. 이와 관련해 보험금 산정 및 지급으로 금융감독원에 제기된 민원은 보험사를 상대로 한 민원 중 가장 많은 건수를 자랑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외부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경우에도 보험금을 얼마나 깎느냐에 따라 재계약을 맺기도 한다”면서 “결국 보험사에 소속된 손해사정법인은 계약자보다는 보험사의 편을 들 수밖에 없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보험사들은 보험 소비자가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음을 반드시 고지해야하며 이를 위반할 때에도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또 자기 손해사정업무 비율이 50%를 초과하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더불어 보험 소비자가 보험사에 앞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해 불이익을 최소화했다.
이 의원은 “이번 법안 발의로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손해사정업자의 독립성을 강화함으로써 보험금 산정 및 지급에 관한 민원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손해사정업자들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근절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손보업계에서는 직접 해당 의원실을 찾아가는 등 개정안 발의를 막기 위해 힘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가 만든 손해사정업체의 일감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그만큼 직접적인 타격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사실 외부위탁법인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해서 꼭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독립 손해사정업체의 불법 보험사기가 바로 그 예”라며 “이외에도 전산문제나 업무효율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양산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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