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의 진짜 배후 추적
2007-09-21 윤지환
검찰의 칼끝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불교계 커넥션을 향하고 있다. 변 전 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부지검은 지난 19일 전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스님이 주지로 있었던 흥덕사에 10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인물이 변 전 실장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이 청와대 사회정책 비서관실 김 모 행정관에게 흥덕사 지원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변 전 실장이 흥덕사 외에 다른 사찰도 지원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검찰 주변에서는 변 전 실장이 머물렀던 중학동 소재 서머셋 팰리스 임대료 대납 의혹에 대해 불교계가 문제의 대납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가 계속될수록 변 전 실장과 불교계의 ‘부적절한 관계’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변 전 실장이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 과정에서 불교계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수사대상이다. 변 전 실장이 신씨를 적극 옹호한 영배스님의 사찰에 거액을 지원한 내막을 캐고 있는 검찰은 변 전 실장의 사찰 지원이 신씨의 교수임용에 대한 대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이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변 전 실장과 불교계는 신씨를 사이에 두고 검은 커넥션을 형성한 셈이 된다.
변 전 실장은 독실한 불교신자일 뿐 아니라 조계종 인사들과도 깊숙한 얘기를 주고받는 등 불교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을 근거로 신씨가 동국대 교수로 임용된 배경에는 변 전 실장의 불교계 영향력이 상당부분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이 영향력의 가교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바로 영배스님이다.
검찰은 지난 18일 영배스님과 오영교 동국대 총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 이유는 이들이 유독 변 전 실장에 대해 감싸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배 스님은 지난 5월 신씨 문제를 제기한 장윤 스님의 이사직 해임을 적극 주도했다. 또 신씨를 직접 만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영배스님은 지난 7월초 이미 동국대 측에서 신씨에 대한 내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신씨 학위는 문제없다”며 신씨를 적극 옹호했다.
오 총장은 변 실장과 고려대 동문이자 행정고시 선후배 사이이며 참여정부에서 각각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 장관을 역임해 변 실장이 오 총장에게 신씨 사건을 무마해줄 것을 부탁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 총장 역시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변 전 실장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영배스님과 같은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의혹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해하고 말했다.
신씨와 변 전 실장을 감싸고 도는 이들의 태도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검찰이 간과할 리 없다. 검찰은 이 두 사람을 통해 변 전 실장과 불교계의 커넥션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동국대를 중심으로 불교계에 대한 수사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검찰의 칼, 불교계 정면 겨냥
불교계는 이번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국대 수사의 여파로 불교계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데다 검찰 수사가 계속 될수록 커넥션의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래전부터 불교계와 각별한 인연을 쌓아온 변 전 실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불교계 인사가 하나 둘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짐에 따라 검찰 수사가 불교계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불교계에서는 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와 함께 변 전 실장이 영배스님을 지원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은 변 전 실장의 불교계 인맥을 파악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주변에선 변 전 실장과 관련, 검찰 조사 대상에 오른 불교계인사들 가운데 최고위층 인사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 중에는 서울시내 유명 사
찰인 OO사의 A스님, 정치권 불교계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B스님 등도 수사대상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스님들은 현재 변 전 실장으로부터 사찰 관련 사업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변 전 실장의 임시거처였던 서머셋 팰리스 레지던스의 임대료 대납의혹도 불교계로 향하고 있다.
변 전 실장이 장기투숙한 객실은 42.9㎡(13평) 규모로 한달 숙박비만 560만원(공시가격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변 전 실장은 장기 투숙 할인을 받아 200만원만 내고 사용했다.
변 전 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지난해 7월부터 올 8월까지 숙박비는 13개월간 2천600여만원. 누가 이 거금을 대신 납부했는지, 또 어떤 이유로 거금을 대납하게 됐는지를 두고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은 조계종 총무원이 숙소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재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불교신자 모임인 `청불회’ 회장으로 불교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변 전 실장을 위해 불교계가 배려를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불회는 결성 이후 지금까지 사찰 건립 사업 등에 지금까지 불교계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이 점을 감안하면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은 아니다.
이와 더불어 조계사와 불과 100여m의 거리에 있는 서머셋 팰리스에는 조계사나 총무원을 방문하는 귀빈들을 비롯해 조계종 스님 중 일부도 장기 체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그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청불회는 어떤 조직
변양균 전 실장이 맡았던 청와대 불교신자들의 모임인 청불회 회장 자리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청와대 청불회장을 지낸 이들을 살펴보면 조윤제, 김병준, 서주석 그리고 변양균 등 모두 장.차관급의 고위직 인사들이었다. 청불회의 신임 회장에 대해 불교계는 조계사에서 취임법회를 열어줄 정도로 둘은 긴밀한 관계다. 불교계가 청불회에 이처럼 정성을 기울이는 까닭은 청불회가 청와대에서 사용하는 연 7,8백억 정도의 특별교부금 중 일부를 사찰 지원금에 사용하는 데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