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알고 보니 10대 청소년들

2007-09-18     박혁진 
‘철’없는 10대들의 ‘겁’없는 범죄행각

10대들이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남성을 유인해 폭행한 후 금품을 빼앗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학생들은 피해자가 대부분 원조교제를 하려던 사람들이라는 점을 노리고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여자행세를 하면서까지 남성들을 유인하는 것으로 드러나 그 수법이 날로 지능화 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 11일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A군(16) 등 10대 청소년 12명을 강도상해 혐의 등으로 검거했으며 대전경찰서도 비슷한 혐의를 저지른 10대 6명을 검거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원조교제’, ‘10대들의 탈선’ 등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13일 밤, 광주 모 대학교 학생 B씨(22)는 지루한 방학을 보내던 중 ‘B’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접속했다. 대화상대를 찾던 중 우연히 ‘조건만남’을 원한다는 10대 여성과 대화를 나누게 됐다. 채팅창에 나타난 개인정보도 여성으로 표기되어 있었고 대화내용에서도 이 여성이 남자일거라는 의심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둘은 결국 새벽 3시 30분에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B씨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 여성과 전화통화를 했고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확인해보니 10대 여성이 틀림없었다.


‘조건만남’으로 유인

B씨는 이후 자신에게 벌어질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약속시간에 맞춰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의 자신에게 접근했다. 잠시 동안 이 여성의 신분을 확인하던 중 별안간 10여명의 남학생들이 B씨를 에워싼 후 다짜고짜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이 남성은 처음에는 학생들에 맞섰으나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곧 항거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후 남학생들은 B씨가 가지고 있던 현금 8만 5000원을 빼앗은 후 달아났다.

B씨는 억울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채팅했던 기록을 조회해 범인이 마지막 로그인한 장소가 모 아파트 근처 PC방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후 PC방에서 매복을 하면서 당시 범행에 가담했던 한 사람을 검거했다. 조사결과, 범행에 가담했던 나머지 학생들은 집 근처 오락실을 아지트로 삼아 모였던 초등학교 동창생들이었으며 경찰은 그 오락실에서 총 12명의 범인들을 검거했다. B씨와 통화한 후 운동장에 나타났던 여성도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10대 청소년이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비슷한 방법으로 이미 10여 차례가 넘게 범행을 저질렀으며 그동안 피해자들이 ‘원조교제’사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한 두 번 범행을 저지른 후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기 꺼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들은 모두 인근 영세아파트에 살고 있었으며 대부분이 결손가정에서 자란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학교에서는 이미 퇴학을 당한 상태였으며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문제는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남성들을 노리고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는 10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일에는 대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5일 대전 서부경찰서는 채팅으로 만난 남성을 여관으로 유인한 뒤 폭행, 돈을 뜯어내려던 이모양(18) 등 10대 6명을 폭력행위 등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양은 지난 1일 자정 대전시 서구 도마동 한 PC방에서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송모씨(37)와 인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 뒤 송 씨를 여관으로 유인,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남자친구 박모군(18) 등과 합세해 송 씨를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다. 이 양과 박 군 등은 사전에 원조교제를 미끼로 돈을 뜯어낼 것을 공모한 뒤 인터넷 채팅을 통해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경찰관계자는 “10대들의 이같은 범행이 끊이지 않는 것은 ‘원조교제’를 하는 남성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이런 만남을 하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도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