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경영진 후임 선정’ 막전막후…관피아 퇴조 뚜렷
회장·행장 겸임 여부 갈려
내부5명·외부2명·비공개 1명…이철휘 고사
권력 입김·경영 추락 악순환 끊는 계기 돼야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임영록 회장-이건호 행장’의 퇴진으로 공백이 생긴 KB경영진의 후임 선정이 험난한 검증을 예고하면서 금융권이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이미 책임소재를 두고 KB는 물론 금융당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수 없을 정도의 기 싸움을 벌인 데다 회장 선출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괜한 불똥이 튈까 두려워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일 회장추전위원회(이하 회추위)가 숏리스트(명단)를 공개하고 후보검증을 시작하면서 상호 비방 또는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난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대외협력부서가 긴장한다는 후문도 심상찮다.
이미 금융당국이 KB회장-행장 선출을 놓고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위원회는 KB금융 회장 선출에 관한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하면서도 내부에선 회장과 행장 겸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 KB사태가 회장과 행장 간 충돌로 발생한 만큼, 당분간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며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 좀 더 나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일체 언급을 삼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회장과 행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대신 행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우리사주조합과 국민연금공단 등의 주주 대표성을 확보한 사외이사도 새롭게 구성되는 이사회 멤버로 포함돼야 한다는 조항을 달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회추위는 회장-행장 겸임과 분리 문제에 대한 결론을 못 내리고 차기 회장에게 이를 미룰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일단 급한불부터 끄고 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자칫 경영 공백이 오래 지속될 경우 KB금융의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고 그 책임론이 또 다시 당국 또는 이사회로 전가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속셈인 것이다.
아울러 이번 임 전 회장의 퇴진과 관련해 ‘모피아에 찍혀 수사를 받았다'는 등의 풍문이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유포되면서 불똥이 금융당국으로 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임 전 회장이 서울대 상대 출신들에게 찍혀 수사를 받는 상황까지 왔다는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 퍼지고 있다. 임 전 회장은 서울대 사범대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임 전 회장이 재경부에서 승진을 해 차관보까지 했는데 당시는 모피아를 흔들기 위해 아웃사이더 중심의 인사가 이뤄졌고, 이명박정부 시절 원상복귀됐다. 현 정부 들어선 다시 경기고-서울상대 출신 모피아의 입김이 금융권을 흔들면서 임 전 회장의 자리를 위협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한 오는 15~16일로 확정된 금융위, 금감원의 국정감사에서 KB사태가 거론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회장-행장 겸임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엔 시간적 부담이 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당분간 혼탁 양상 계속될 듯
벌써부터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구가 쇄도하고 당국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KB사태 관련 자료는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라고 한다. KB사태의 주요 인물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는데 이 전 행장의 경우 국감증인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쟁점화를 예고한다. 이 전 행장의 경우 그동안 보여준 성격대로라면 국감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동종업계의 중론이기도 하다.
KB은행 내부에도 이 전 행장을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KB은행이 이번 사태를 뒤돌아놓고 보니 이 전 행장만큼 사심없이 일했던 리더가 없었다는 것. 일부 직원들은 유난히도 CEO운이 없었던 KB은행에 이 전 행장만한 인물이 없었는데 품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KB회추위는 지난 2일 회의에서 9명의 후보를 선정했는데 유일한 관료 출신인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이 후보직을 고사하면서 1차 후보에는 민간 출신만 남게 됐다. 후보 중에서 KB에 몸을 담았던 사람은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 부행장,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 5명이다.
이 가운데 행원 시절부터 KB에서 출발한 후보는 김옥찬 전 부행장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교수, 타 금융회사 임원 등을 하다가 외부에서 영입된 케이스들이다. KB와 관련이 없는 외부 출신은 양승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3명이다. 하 행장의 경우 회장 후보 동의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KB는 이달 중순에는 4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하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후 회추위는 이들에 대한 심층 면접을 거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명을 최종 회장 후보자로 결정, 다음달 말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일반 기업의 CEO공개후보등록과 같은 절차여서 문제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혼탁 양상이 될 것이란 지적이 들끓는다. 이에 따라 회추위도 1,2차 후보군에 대한 여론 검증을 위해 후보들의 동의를 전제로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회추위가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KB금융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외이사들이 다시 회장을 선출하는 데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명단을 공개하고 여론의 검증을 거침으로써 선출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잡음을 애초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회추위는 KB금융 사외이사 9인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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