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버스’는 대통합으로 가는 희망버스
잊혀 가는 세월호
사고 발생 6개월, 찾지 못한 실종자 10명
유가족, 자원봉사자 모집·후원금 모금하며 홍보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달 29일 안산시는 이용객 감소로 하루 41차례 고잔역과 세월호사고 합동분향소를 오가던 셔틀버스의 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시는 최근 1개월 동안 셔틀버스 이용객 수가 하루 평균 15명으로 떨어져 유가족과 협의해 이 같이 결정했다. 시는 또 진도와 안산을 왕복하는 전세버스 운행횟수도 기존 하루 4차례에서 3차례로 줄이기로 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뒤 처음 2~3개월 동안엔 하루 1000명 넘게 진도를 내려갔지만, 지금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여 명 정도다. 이용객에 비해 운영비가 많이 들다보니 운행 축소가 불가피했던 것이다.
앞서 안산시는 세월호 사고 후 셔틀버스 운영비 등으로 지금까지 15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고잔역과 합동분향소를 하루 41차례 오가는 셔틀버스의 운영비는 1개월에 1740만원이 소요됐다. 또 진도까지 가는 전세버스는 1번 왕복에 96만7000원이 든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이제 6개월째다.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가 10명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치열하게 대립하던 세월호특별법을 지난 30일 타결했다. 비록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 특별법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특별법 타결 선언 이후 멈춰있던 국회활동을 시작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최근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건 초기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장했던 특별법은 이들의 요구가 빠진 채 타결됐고 일부 유가족들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이 알려지면서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투쟁으로 정점까지 치달았던 세월호 사건에 대한 관심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안산 합동분향소 찾는 발길 줄고 있어
세월호 사건에 대한 관심은 9월 들어 줄어들기 시작했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지리한 정쟁도 문제지만 더 이상 세월호에 발목 잡혀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는 국민들의 위기의식도 한몫했다.
그 결과 합동분향소를 찾는 발길도 점차 줄고 있다.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조문객 수는 9월 중순인 15일 146명, 16일 147명, 17일 236명, 18일 184명, 19일 217명, 20일 383명, 21일 340명이었다. 이는 지난 4~5월 하루 5000여 명이 분향소를 찾았던 것에 비하면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당초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는 단원고 학생 245명, 교사 10명, 일반인 희생자 34명의 영정이 안치돼 있었다. 하지만 29일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는 “유경근 대변인이 일반인 유가족을 폄하하고 있다”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 있는 일반인 영정을 철수해 인천 분향소로 옮겼다.
세월호 사건으로 숨겨진 악폐 민낯 드러나
세월호 사건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사건 이후 정부 각 부처에서 보인 수습과정은 유가족들은 물론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각종 시스템의 부재, 책임자들의 무능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밝혀진 각종 비리와 악폐들은 썩을 대로 썩은 우리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 전체를 혼란으로 이끌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는 마치 고장난 시계처럼 제자리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수습과정의 진상을 알기 원했다. 세월호특별법이 이러한 내용을 규명할 수 있는 법안이 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소권과 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벽이 너무 높았고 새정치연합의 힘이 너무 부족했다. 이제 유족들은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국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국민의 관심 필요” 장기전 돌입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세월호 피해자들, 사월호 사건 등이 국민들의 가슴에서 잊혀 지지 않기를 원한다. 단순히 기억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세월호 사건과 같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다.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잘못된 제도와 구조 등을 바로잡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과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국민대책회의 측은 여론의 향방을 되돌리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희망버스’다. 노동운동 현장에 종종 등장하는 ‘희망버스’를 본 따 전국 각지에서 진도 팽목항을 향해 일명 ‘세월호 버스’를 출발시킨다는 계획다.
또 가칭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약속지킴이'라는 후원자 성격의 자원봉사자들을 대거 모집해 세월호 집회 현장 등지에서 활동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약속지킴이들에겐 후원금 명목으로 5000원에서 1만 원 이하의 가입비를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이 되는 11월 1일까지 10만 명 참여가 목표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경우 ‘세월호 버스’ 등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희망버스’의 시작이 노동운동에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좌편향됐다는 눈초리를 받는 이유다. 가뜩이나 올 한해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전 국민이, 온 사회가, 정치권 등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혼란스러웠는데 대통합이 아닌 또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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