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출판사 여직원 성추행 사건 전말 '충격'
오피스텔서 옷 벗어라, 술자리 입맞춤까지
2014-10-06 강휘호 기자
피해자 측 “진정성 없는 사과, 대표의 언론플레이, 전부 기만”
회사 측 “서로 프리허그를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사내 문화”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아프니까 청춘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총각네 야채가게’ 등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출판하며 유명해진 출판사 쌤앤파커스가 사내 성추행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다. 해당 출판사의 고위 간부가 여성 수습 직원을 성추행한 일로 사직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해당 임원이 얼마 전 원직복직된 것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출판분회가 “사내 성폭력에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일요서울]이 사건의 내막을 다시 들여다봤다.
쌤앤파커스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의 베스트셀러를 출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 힐링’ 열풍의 주역인 것이다.
그런데 이 출판사 쌤앤파커스의 임원 중 한 명이 여성 수습 사원을 성추행한 뒤 사직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혹자는 “그런 일을 하려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외쳤냐”고 분개하기도 했다.
더욱이 해당 임원은 현재 무죄 판결을 받고 다시 회사로 복직해 근무를 하고 있어 더 큰 지적을 받고 있다. 법원은 여사원의 저항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리긴 했지만, 피해자가 여전히 강압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논란이 봉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선 피해자의 진술로 본 사건은 다음과 같다. 201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쌤앤파커스에서 수개월 동안 수습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A씨는 한 임원으로부터 술자리를 요구 받는다.
정직원 전환과 관련된 시기라 A씨는 그 자리에 나섰고 결국 술에 취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후 동석했던 임원의 오피스텔에서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해당 임원이 옷을 벗으라고 요구한 뒤 침대로 끌고 갔고 입을 맞췄다. 그리고 A씨는 강제로 입맞춤을 당한 뒤 곧장 도망을 쳐 주민의 도움을 받아 귀가했다.
또 사건이 일어난 뒤 10개월 후 정직원이 된 A씨는 마음고생 끝에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사내에 사건을 공개했다. 그 결과 해당 임원이 회사를 떠났지만 A씨도 내부 고발자 취급을 받은 뒤 회사를 그만뒀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임원을 고소하기도 했는데, 여기서부터 2차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법원이 “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하고 키스를 한 점 등은 인정되나 A씨가 저항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쌤앤파커스는 지난달 부로 임원의 복직을 결정한 것이다. 현재 A씨는 재정 신청을 한 상태다.
결국 피해자 입장에선 회사의 고위 간부가 강요한 술자리를 나갔다가 성추행을 당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항을 못한 것이 증거불충분의 이유가 된 상황이다. 또 회사는 무죄 판결을 근거로 성추행 논란이 있던 임원을 또 다시 부른 입장이 됐다. 이후에는 몇몇 매체를 통해 룸살롱 접대 건 등이 폭로돼 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끝까지 거짓말?
아울러 전국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분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으로 일관한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박시형 대표가 해당 임원의 사표를 수리한 적도 없다”는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쌤앤파커스는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부터 “해당 임원을 사직처리 했다”고 사태 진압에 나서왔기 때문에 출판분회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분회는 “박시형 대표는 그동안 가해자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입장문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밝혀왔지만 쌤앤파커스의 법인 등기사항증명서 조회 결과 이 사실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가해자 임원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쌤앤파커스를 그만둔 적이 없으며 여전히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출판분회는 또 “사내 노동자들에게 중차대한 피해를 일으킨 가해자를 단 한 번도 제재하지 않은 박시형 대표에게 과연 출판인으로서 도덕적 사회적 자격이 있는지 묻는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희 출판분회장 역시 “모든 출판노동자와 독자, 언론을 상대로 기만적인 쇼를 벌인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 ‘깊이 사죄드립니다’라는 박시형대표의 사과문에 피해자와 출판노동자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쌤앤파커스는 공식입장을 통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사실이 곡해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잡고자 한다”고 해명을 한 바 있다.
쌤앤파커스 측은 “임원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여 도의적 책임을 물어 즉시 퇴사 시켰다. 그런데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애초에 양측의 주장이 팽팽했던 사안이라 검찰의 판단을 존중해 복직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정신청이 이뤄진 것을 파악하지 못한 점, A씨가 받을 상처를 헤아리지 못한 점 등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또한 사건 이후 A씨를 배려한다고 노력했으나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습기간, 룸살롱, 송년회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수습기간이 17개월에 이르게 된 것은 A씨의 수습 평가 점수가 낮아 상호 합의하에 이뤄진 부분이며, 또한 룸살롱 접대는 아예 사실무근이고, 송년회 행사의 경우 격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권위를 털어내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문화를 지향해왔다. 서로를 아끼는 의미로 구성원들이 서로 프리허그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당연히 조심해야 할 부분을 조심하지 못했고, 이런 문화가 오늘의 사태를 낳은 원인임을 인정한다. 임직원 모두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출판분회가 가해임원이 사직을 한 적이 없다고 폭로한 부분에 대해선 공식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또 출판분회의 성명이 발표된 이후 썸앤파커스는 임원 변경 등기 접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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