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은 여배우 때문에 신 전 회장 죽였다”
2007-07-25 윤지환
백범기념관에서 지난 19일 열린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계기로 전두환 전대통령과 신기수 전경남기업회장이 새삼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정치입문 전 사생활을 묻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이름이 수차례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박 후보를 둘러싸고 떠도는 소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추리자면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신 전회장과의 약혼설’, ‘전 전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출처’ 등이 있다.
신 전회장은 박 후보와 약혼설에 휘말렸던 인물로, 전 전대통령과 박 후보 등 이 세 사람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로 알려졌다.
신 전회장은 박 후보의 성북동 집을 지어주고 사후관리를 맡아오다 박 후보와 약혼설에 휘말렸으며, 전 전대통령은 이런 신 전회장을 안기부로 불러들여 수차례에 걸쳐 조사한 뒤 그를 경남기업 회장 자리에서 끌어 내렸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젊고 유능한 독신 사업가가 대통령의 딸을 넘보다 전 전대통령에게 밉보여 패가망신했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전 전대통령이 신 전회장을 야인으로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신 전회장과 전 전대통령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박 후보는 신 전회장과 어떤 관계인지 추적해 보았다.
최근신 전회장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후보와의 약혼설에 대해 ‘루머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박 후보도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그런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소문들이 나온 것일까.
그 이유는 박 후보가 청와대에서 나와 82년부터 84년까지 살았던 성북동 저택을 신 전회장이 지어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신 전회장은 집을 지어준 뒤 건물 하자 수리 등을 위해 박 후보의 집을 가끔씩 찾았는데, 이것이 바로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라 소문 나게 한 주원인이었다.
신 전회장이 얼마나 자주 박 후보의 집을 드나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직접 인부들을 데리고 박 후보의 집을 찾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후보와 약혼설 왜 나왔나
신 전회장은 전두환 전대통령의 별도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박 후보의 집을 찾아 수리를 해 줬다고 이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미혼인 사업가가 미혼 여성(박 후보)이 혼자 사는 집을 드나들었다면 이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국내 10위권 안에 드는 중견 건설업체의
회장이 일개 주택의 하자 수리를 위해 직접 현장에 나갔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어색한 일이다.
또 당시 신 전회장은 구국봉사단을 비롯해 영남대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박 후보와 연결돼 있었다. 이런 요소들을 감안할 때 신 전회장과 박 후보 사이에 핑크빛 루머가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다 약혼설이 한창 나돌 때인 지난 84년 초반 신 전회장은 안기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그 직후인 5월 30일 박 후보는 성북동 집을 처분했다. 이어 6월에는 신 전회장이 경남기업을 떠났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마치 잘 짜여진 각본 같았기 때문에 당시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박 후보와 신 전회장 사이에 전 전대통령이 개입해 두 사람을 떼어 놨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정황만을 미루어보면 이 소문은 어느 정도 사실성을 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당시 성북동 저택은 전 전대통령의 지시로 신 전회장이 지었다. 또 신 전회장 자비로 이 저택을 지어 준 것이 아니라 전 전대통령으로부터 그 비용을 받고 지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신 전회장이 박 후보를 위해 특별배려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 전대통령이 특별배려를 한 셈이다.
안기부, 신 전회장 여자관계 캐물어
또 박 후보를 도왔던 두 사람은 어떤 면에서 아군이었다. 그렇다면 전 전대통령은 왜 갑자기 신 전회장 죽이기에 나섰던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신 전회장에 대한 안기부 조사 내용 안에 있다.
신 전회장은 84년 초 갑자기 안기부로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때 그는 박 후보와의 관계에 대해 조사를 받음과 동시에 또 다른 여성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를 받았다. 그 여성은 다름 아닌 당시 잘나가던 미모의 여자 영화배우 A씨였다.
A씨는 전 전대통령과의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인물로, 신 전회장이 안기부에 조사를 받자 당시 충무로에선 신 전회장, 전 전대통령, A씨 이 세 사람이 감각관계에 놓여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A씨를 잘 아는 영화감독 김호선(56)씨는 “A씨는 당시 신기수씨와 진지한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안다”며 “두 사람은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사이가 깊었는데 무슨 일 때문인진 몰라도 관계가 끝나고 말았다”고 전했다.
또 김씨는 “일부에서 여배우 A씨가 전두환씨와 깊은 관계라는 소문이 있었으나 진위여부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A씨로부터 전씨와의 관계에 대해 전해들은 바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씨와 나는 매우 각별한 관계로 A씨는 신씨를 나에게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하지만 신씨와 헤어지고 난 뒤에는 연락이 뜸해져 그 다음부터 A씨가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지냈는지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충무로 관계자는 “신씨는 A씨뿐 아니라 다른 여자연예인들과도 스캔들이 많았던 인물”이라며 “그런 신씨가 박근혜씨와 약혼했다는 소문이 나돈데 이어 A씨와 사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안기부가 그를 소환조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그때(84년 당시) 신씨가 안기부에서 조사를 받자 A씨가 몹시 힘들어 한 것으로 안다”며 “나중에 들리는 소문에 신씨가 A씨와 어떤 관계인지 조사받았다고 해서 우리는 신씨가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고 수군거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신 전회장의 안기부 조사 직후 그와 약혼설에 휘말린 박 후보가 성북동 집을 매각했고 A씨가 신 전회장과 헤어졌으며 이어 전 전대통령과 A씨의 스캔들이 터졌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 때문에 신 전회장이 괘씸죄를 사 전 전대통령으로부터 사랑과 재산 등 모든 것을 빼앗겼다는 소문이 당시 세간에 파다했다고 그는 전했다.
신 전회장 “왜 조사 받았는지 몰라”
하지만 신 전회장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신 전회장은 최근 A씨와의 관계에 대해 ‘그저 단순 교제정도였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신 전회장은 아직도 자신이 왜 전 전대통령으로부터 발가벗겨졌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치적 이유에서 나를 기업에서 내 몬 것 같다”고만 말하고 있다.
전 전대통령은 왜 신 전회장을 안기부로 불러들여 그의 여자관계(박 후보와 A씨)를 조사했고, 이후 신 전회장은 왜 기업에서 손을 떼야 했는지 그 이유는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당사자인 신 전회장이 그 이유를 모른다고 한 이상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전대통령만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