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한 아들이 털어놓은 ‘아버지’
2007-07-11 정은혜
탤런트 송일국(36)씨가 최근 외증조부인 백야 김좌진 장군의 항일독립투쟁 혼을 기리기 위해 중국 만주로 떠나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그의 외할아버지였던 ‘조선의 주먹’ 김두한씨의 러브스토리가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6일 김씨의 아들인 경민씨는 기자와 만나 “세상을 거느렸던 우리 아버지도 어머니에게 만큼은 ‘약한’ 남자였다”면서 아버지의 숨겨진 이면에 대해 털어 놓았다.
경민씨에 따르면 아버지의 러브스토리는 이렇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해방직후. 한 연설모임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머니를 보고 김씨는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당시 경민씨의 어머니는 김씨보다 1살 연상으로, 양가집 규슈에 상당히 지적인 미노의 여성이었다.
김씨는 어머니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쳤다. 그의 예술적인 소질을 살려 ‘여자는 서 있고 남자는 무릎을 꿇고 꽃을 바치고 있는’ 그림을 그린 뒤, 어머니에게 건넨 것.
경민씨는 “당시 어머니는 고개도 못 들고 수줍게 쪽지만 건네는 아버지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이셨다”며 “나중에 물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의 무식하지만 순박하고 진실된 모습에 끌렸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영화관 의자는 요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벤치같이 되어 있었는데, 김씨는 어머니의 편의를 위해 옆에 앉아 있는 사람 3~4명을 밀어 넉넉한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고.
하지만 어머니는 김씨의 ‘막무가내식’ 구애가 부담스러워 피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때마다 김씨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부하들과 아는 지인들을 동원해 ‘중간다리’ 역할을 하게 했다. 또 어머니의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며 얼굴만 보고 돌아가는 등 ‘사랑에 빠진’ 여느 남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김씨의 적극적이고 집요한 애정공세로 결국 결혼에 골인한 김씨는 어머니에게 꽉 잡혀 살았다고 한다. 심지어 김씨가 어머니에게 맞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편, 김씨는 자식에 대한 사랑도 각별했다. 밤늦은 시간 자고 있는 자식들의 방에 들어가 볼과 입에 입을 맞추며 애정을 표현하는 일은 예사였다.
또한 김씨는 자식들 앞에서 큰소리를 내거나 손찌검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사나이라면 밖에서 때리긴 해도 맞고 들어오지 말라’며 주먹의 용도에 대해 가르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