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만 불린 재벌] 삼양식품
내츄럴삼양·비글스 등 계열사 통해 개인재산 늘려
사측 “우린 당당하다… 계속되는 잡음 이해가지 않아”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삼양식품(회장 전인장)을 살펴본다.
삼양식품이 ‘총수 일가 배불리기’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그들의 계열사 ‘비글스’다. 삼양식품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 있는 비글스는 삼양식품 일가 중 3세인 전병우씨(20)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현재 비글스를 시작으로 내츄럴삼양과 삼양식품,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경영권을 총수 일가로 집중한 모습이다. 주력사인 삼양식품이 포장용 상자·골판지를 생산하는 프루웰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내츄럴삼양은 삼양식품의 지분 33.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내츄럴삼양의 2대주주인 비글스는 故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아들인 병우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삼양식품 지분 1.66% 역시 지니고 있다.
또 비글스는 병우씨가 13세이던 2007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설립된 농산물 도소매업체다. 2008년까지만 해도 내츄럴삼양(당시 삼양농수산)의 지분이 없었으나 2009년 2만2500주(26.8%)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특히 비글스가 삼양식품 지배구조상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향후 경영 승계를 위한 전진기지로 관측되고 있다.
아울러 병우씨는 2012년 삼양품의식 주력상품인 ‘나가사끼 짬뽕’이 성공하면서 주가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자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을 매도해 40억 원대의 차익을 얻어 논란이 됐다.
더욱이 이 3세의 당시 나이가 18세로 알려지면서 보유 지분에 따른 자금출처 논란이 함께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전형적인 재벌 총수 일가 배불리기를 통한 경영세습”이라고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비글스를 차치하더라도 계열사를 통한 재산 불리기 의혹은 또 있다. 해당 계열사는 바로 내츄럴삼양이다.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내츄럴삼양과 관련해 “내츄럴삼양은 라면 수프에 들어가는 건조야채 및 분말류 제조·판매업체인데 삼양식품이 이마트에 라면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중간단계에 포함해 별다른 역할 없이 수수료, 일명 ‘통행세’를 챙기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내츄럴삼양의 지분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21.0%, 전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42.2%, 비글스가 26.9%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양식품이 내츄럴삼양에 대한 부당지원을 통해 총수일가의 배를 불리게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계열사 활용법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삼양식품이 2008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내츄럴삼양에 70억2200만 원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조사했다. 지원성 거래 규모는 1612억 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삼양식품을 두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7억51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실질적 역할이 없는 관계 회사를 중간에 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해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행위를 적발하여 제재한 첫 사례”라면서 “총수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를 총수일가의 사익추구에 이용한 행위”라고 지적한 것이다.
다만 삼양식품은 이 모든 의혹과 논란에 대해 행정소송을 벌이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우선 통행세 의혹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이의제기를 한데 이어 행정소송까지 불이 번졌다. 현재는 행정소송의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삼양식품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과징금도 이의제기 전 사전에 밟아야하는 절차로 이미 과징금을 납부했다. 부당지원이 결코 아니다”라면서 “통행세라는 표현도 납득할 수 없다. 우리는 정상적인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의제기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전반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에 제기한 것”이며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비글스에 대한 질문에는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안인데, 비글스를 단순한 계열사일 뿐”이라면서 “경영승계나 재산 불리기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통의 삼양식품은 올해 1611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1451억 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증가율은 11.03%다. 면류 매출액이 1301억 원으로 절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면류는 지난해 매출액(1137억 원) 대비 14.42%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실적도 늘었고 고의든 아니든 계열사를 통해 총수일가의 개인 재산도 늘어나는 형국이다. 과연 라면 명가(家)인 삼양식품이 회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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