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동영 전 대통령 후보끼리 맞붙는다

2014-09-29     홍준철 기자

文, 당해체·조직정비에 ‘자기정치’ 돌입
鄭, 친노와 ‘각’세우며 비주류 수장으로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본격적으로 당권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친노 주류의 핵심인 문재인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비주류 대표격 인사들이 물러난 상황에서 문 의원이 당권에 나설 경우 원내에는 마땅한 경쟁주자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비노진영에서는 ‘문재인 대항마’로 정동영 상임고문이 그럴듯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계파별 나눠먹기’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7.30재보선에 출마했다 낙방한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고문 역시 당권 주자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2011년 총선을 1년 앞두고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로 나선 박근혜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3인방 모두 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인물이라는 점에서 당권 경쟁이 대권 전초전 성격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튀는 행보를 자제했던 문재인 의원이 본격적으로 ‘자기정치’에 나섰다. 그 시작은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유가족 반대에 부딪혀 두 차례나 백지화되면서 박영선 전 비대위 위원장겸 원내대표 리더십이 흔들리면서다. 문 의원은 당시 유가족 김영오씨와 함께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단식을 그만둔 이후 첫 외부일정으로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당안팎에서는 문 의원이 “세월호 정국에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희상 비대위 출범이후인 9월22일 비대위원으로 들어간 문 의원은 ‘당해체론’을 꺼내들며 한발 더 나아갔다. 문 의원은 “우리당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여기서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文 선제적 공격 “내가 나선다” 당권 도전

야당내에서는 이 발언 직후, ‘문 의원이 당을 책임지겠다’는 간접적인 사인으로 받아들였다. 25일에는 문 의원은 ‘생활정당’을 내세워 당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며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의원은 ‘제5회 노무현 대통령 기념 심포지엄’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생활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당 혁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 의원은 “당이 중앙 집권적 권력을 분산시켜서 분권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중앙당 권한을 시·도당과 각종 위원회로 과감하게 이전해야 한다”며 “지역위원회도 강화하고 당 재정도 분권형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원의 일련의 강도 높은 발언은 본격적인 당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뿐만 아니라 문 의원의 당권 도전 조짐은 지난 대선캠프 조직들을 다시 재정비하면서 더 확실시되는 양상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 의원은 ‘용광로 캠프’라는 모토하에 ‘민주 캠프’, ‘시민캠프’, ‘미래 캠프’를 구성했다.

민주캠프는 문 의원을 중심으로 친노 핵심 인사들로 구성돼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민주당 내 인사들이 주축이 됐다. 문 의원 직속으로 멘토단, 공보단, 비서실과 총무ㆍ소통ㆍ동행ㆍ공감ㆍ국민통합 본부 등이 편재됐다. 반면 미래캠프는 일자리ㆍ복지ㆍ남북경제연합ㆍ경제민주화ㆍ정치혁신 등의 정책의제를 다루는 곳으로 모두 5개의 위원회로 구성돼 ‘싱크탱크’ 역할을 맡았다.

가장 독특한 구성은 바로 시민캠프로 지지자 중심의 온라인 캠프로 네트워크 형태의 조직구조를 띄었다. 시민참여캠페인네트워크, 국민명령1호네트워크, SNS네트워크, 기획네트워크, 운영지원네트워크, 20네트워크, 30네트워크로 구성돼 시민들과 후보와의 소통 창구로 역할을 했다. 이 조직중 민주 캠프가 가장 먼저 카카오톡 단체방을 개설해 문 의원의 정치 행보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현재 40여 명의 대선 캠프 인사들이 가입한 민주캠프 카톡방에는 문 의원 지지 인사들이 대다수이고 각종 정보와 이슈 관련 의견을 서로 활발하게 교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2일에는 문 의원실 윤건영 보좌관이 직접 ‘시민캠프’ 카톡방을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현재 57명이 활동하고 있는 이 카톡방 역시 문 의원 당 대표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무엇보다 문 의원의 최측근이자 보좌관이 카톡방을 직접 개설했다는 점에서 문 의원의 당권 도전 의중이 담긴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네트워크 정당’ 내세우며 잇따라 카톡방 개설

문 의원의 당권 도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예비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 대표를 노리는 정세균, 박지원, 추미애, 김부겸 전현직 의원들의 경우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문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나설 경우 ‘들러리’로 전락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구민주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 의원이나 ‘범친노’로 구분되는 정세균, 조직의 열세로 친노나 비주류의 지지를 받지 않을 경우 당권 도전이 요원한 추미애, 김부겸 의원 모두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가 분리된 전당대회에 나서기가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전직 대권 주자라는 프리미엄에다 모바일 투표까지 도입될 경우 문 의원의 당권은 사실상 ‘따논 당상’이라는 게 경쟁자들의 시각이다.

결국 친노 주류에 맞서 비주류 대표격으로 전직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손학규 두 인사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정 고문의 경우 지난 7.30 재보선 당시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의 ‘왕따’로 공천을 받지 못해 원외 인사로 남았고 ‘선당후사’ 정신으로 출마한 손 전 고문은 낙선해 ‘정계은퇴 선언’을 해야만 했다.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두 인사지만 안철수-김한길 체제가 선거패배에 책임지고 전면에서 물러나 대선 주자급 인물이 부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일단 정 고문의 경우 ‘범 친노 인사’(문희상 비대위원장, 문재인·정세균·인재근·박지원 비대위원)로 구성된 비대위에 맞서 선봉에 서서 쓴소리를 하고 있다. 정 고문은 비대위 구성이 된 직후인 22일 “국민적 요구인 혁신과 상식을 외면한 실망스런 결과였다”며 “당의 혼란을 틈타 특정 계파의 나눠먹기 연합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고 말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정 고문은 “이번 비대위원 명단은 특정 계파가 이번 기회에 당권을 잡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계파 독점적’ 선언”이라며 “직전 지도부에서 비주류였던 계파들이 비상시국을 틈다 당권을 장악하는 주류가 되고 직전 당권파가 비주류가 되는 ‘계파 정치 폐해’의 무한 반복”이라고 비판했다. 25일에는 보수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번 비대위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다양한 세력이 어우러진 새누리당 혁신위원회의 발뒤꿈치에도 못 미친다”며 “다양한 세력을 통합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고도 했다.

20대 총선 앞두고 대선 전초전 전대 개최

정 의원이 친노 주류에 대한 ‘작심 발언’ 배경으로 비대위원 구성에 못 들어간 불만의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으나 다수의 당내외 인사들은 향후 당권 도전에 나서기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의 발언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동영 고문의 한 측근은 “정 고문이 나설 경우 비주류 대표성을 띠고 있는데다 전직 대선후보들끼리 맞짱을 뜬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 있다”며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만큼 정 고문은 대권을 내려놓는 마음으로 당권에 도전할 경우 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고문 역시 당 구원투수로 나설 것을 종용받고 있다. 손학규계로 알려진 홍익표(서울 성동구을) 의원은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손학규 상임고문을 모셔와 도움을 청하고 싶다”며 “우리 당을 위해 일을 해주셔야 한다고 꼭 말씀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 역시 손 고문의 정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박 의원은 “아직 수도권을 대표하는 대권 후보”라며 손 고문의 ‘정계 은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손 고문의 측근들은 “일부 참모들과 국회의원들의 염원일 뿐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이래저래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문 의원으로 대표되는 친노 주류와 정동영, 손학규, 김부겸 등 비주류로 대표되는 잠룡들간 불꽃튀는 대권 전초전이 벌써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