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ㆍ최경환 특별사면발언 박 대통령 원칙 또 깨지나

재계, 우리 회장님 언론 기사 빼주세요…특명

2014-09-29     박형남 기자

남북·대일 관계 등 원칙 내세운 ‘외교’, 국정운영 상승 요인
재벌 특별 사면 등 공약 축소 및 파기 시 지지율 하락

보수진영 “원칙과 신뢰가 무너지면
朴 정부 흔들린다” 경고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담뱃값,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에 따른 증세 논란이 일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 관계자들을 긴장시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증세 논란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9.7%로 하락했고,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도 44.3%으로 늘어났다. 또 새누리당 지지율도 4.1% 하락해 41.7%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증세 없는 복지’를 외쳤으나 결과적으로 증세를 한 것이다. 이때마다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특별사면을 거론, 여론전에 들어가면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원칙’과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보수진영에서조차 “박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 즉 보수의 가치가 흔들리면 박근혜 정권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하면 단연 ‘원칙’과 ‘신뢰’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붙는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할 때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를 명분으로 내세워 제동을 걸었다. 이때부터 확고한 이미지로 굳어졌다.

특히 취임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수시로 원칙론을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정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방만 하면 지지율 상승 그 비결 뜯어보니…

박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가 대체적으로 잘 먹힌 분야는 ‘외교’에서 두드러진다. 남북관계 틀을 정립했고, 한일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지만 여론은 박 대통령에게 호의적이다. 박 대통령이 캐나다 국빈방문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 등에 힘입어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9월 23~25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긍정평가는 49%로 1주일 전 대비 5% 상승했다. 추석 연휴 이후 서민 증세 논란으로 고전했던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높아진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즉각적인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게 하나의 정형화된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순방 때마다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 첫 방미 때에는 6%, 6월 방중 때에는 9%, 9월 러시아·베트남 순방 때는 6%, 11월 영국·프랑스·유럽연합(EU) 방문 때는 5% 등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상승했다. 지난 1월 인도·스위스 방문 직후에도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 올랐다. 원칙과 신뢰가 빛을 발한 케이스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를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원칙과 신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졌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확대해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들에게 매달 20만 원씩 기초연금으로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이 공약은 노·장년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였다고 평가될 정도로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집권 뒤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월 10~20만 원씩 차등 지급하는 방안으로 바꿨다. 이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70%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했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60%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 뿐만 아니다. 박 대통령은 “증세없는 복지공약을 실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세수 보전을 위해 증세에 나섰다. 담뱃값·주민세·자동차세를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 결국 대선 공약 파기 논란까지 일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대폭 축소와 수정 등을 거치면서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신뢰와 원칙’이 한 순간에 무너져,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朴 대통령 정부 출범 후 사면 기업인 한 명도 없어

문제는 공약 번복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특별사면권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제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칙과 신뢰를 고수한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사면되거나 가석방된 기업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더구나 법무부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지도층 인사에 대해서는 가석방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7월 가석방 심사위원회까지 통과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하지 않았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재벌 총수 사면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원칙과 신뢰가 또 다시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실제 황 장관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케이스라면 (기업인들의 사면·가석방을) 차단할 필요는 없지 않나. 지금은 그런 검토를 심도있게 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인 사면설에 불을 지르자 최 부총리가 힘을 실어줬다.

최 부총리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인 사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서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투자 부진 등으로 경제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이라면서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장관께서 (기업인 사면 등에 대해) 그런 지적을 해 주시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늦어도 연말쯤 구속된 일부 기업인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단행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한 여론 떠보기가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최 부총리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로 통한다. 황 장관은 두 사람과 평소 가깝게 지내면서 교감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공약 번복과 축소로 박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가 무너짐에 따라 박근혜 정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이 부분에 공감할 정도다. 원칙과 신뢰가 무너질 때마다 지지도 상승 추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 측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가 무너지면서 독선적인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지지도의 하락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됨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가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임기 초 ‘힘들고 어려울수록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말처럼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원칙’과 ‘신뢰’가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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