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의 아들’ 가려내기에 골머리

2007-05-23     윤지환 
병역특례비리 총력추적

유력인사의 자제들이 대거 연루된 병역특례비리가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통해 병역특례비리를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그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대검찰청으로부터 수사 인력을 지원받는 등 수사력을 보강하고 있지만 방대한 병역특례비리 실체를 파헤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에 검찰 수사 결과 적발된 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수 천 만원을 받고 특례 대상자의 근무를 면해주거나 업체 간의 은밀한 거래를 통해 정원을 사고팔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18일 특례요원이 부실하게 근무하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 특례업체가 급여대장을 위조한 단서를 잡고 관련 서류를 위조했는지 여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유력인사들이 대거 연루돼 있는데다 수사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전형적인 ‘용두사미형’ 검찰 수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사건에는 현정권 실제의 자제뿐 아니라 장·차관급 인사, 기업 총수의 자제들도 대거 연루돼 있는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번 검찰 수사대상에 포함돼 있는 ‘신의 아들들’은 누구일까. 수사 시작 이후 지금까지 검찰 청사를 몰래 다녀간 이들의 신원을 집중 추적해 보았다.


병역특례비리 수사가 시작되면서 검찰의 조사대상자가 과연 누구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사건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연예인들의 병역특례비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첩보를 먼저 접수하고 내사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사건 초기에는 제 2의 연예인 병역비리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였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양상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캐내면 캐낼수록 연예인뿐 아니라 유력인사의 자제들도 대거 연루돼 있었던 것이다.

현재 검찰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입을 다물고 있지만, 연예인들을 포함한 ‘신의 아들들’은 특례업체에서 제대로 근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한 경우 출근도 제멋대로였을 뿐만 아니라 복무기간 중 법으로 금지된 영리활동을 하기도 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조사대상자들을 상대로 의심 가는 사항을 하나 하나 추궁하고 있는 중”이라며 “수사 대상자들이 적법한 과정을 거쳐 특례업체에 근무한 것인지, 그리고 업체들의 특례 대상자 관리는 이상이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 수사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중 해외주재 대사를 역임했던 이모씨는 사건이 수면위로 부상하자 비공식으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아들이 몸이 좋지 않아 재검을 앞두고 2주간 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사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또 이씨는 이 자리에서 “마치 고위공직자의 아들이 산업기능요원인 것이 죄라도 되는 것처럼 언론이 지나치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찰, A SBS 이사를 스페셜리스트로 주목

병역특례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이번 특례과정에서 적발된 인사 중 A SBS 이사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BS 관계자에 따르면 충청권에서 숨은 재력가로 알려진 A 이사는 SBS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사내이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개인지분으로는 두 번째로 많은 것이라고.

이번 사건에 A 이사가 연루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지난 11일 인터넷 게시판에 “병역특례비리 의혹, A 이사는 즉각 사퇴하라”는 제목으로 즉각 성명서를 띄우고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본부 관계자는 “병역특례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SBS의 주요주주인 A씨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법을 위반해 둘째 아들을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시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단 사내 이사가 이런 부도덕한 일에 연루돼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입장을 더욱 확고히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본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91년 바코드 개발 업체를 설립했고 94년 10월부터 96년 9월, 그리고 2000년 8월부터 2004년 2월까지 이 회사의 대표 이사를 지냈다.

A씨가 대표 이사를 그만둔 뒤 이 회사 직원이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A씨의 둘째 아들은 바로 그해인 2004년, 이 업체에 병역특례요원으로 들어갔다. 둘째 아들은 정보통신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법학을 전공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본부는 “검찰은 A 씨가 ‘병역특례업체는 본인이나 4촌 이내 혈족 채용을 금지’하고 있는 병역법을 피하기 위해 ‘가짜 사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며 “혐의가 사실이라면 A씨는 즉시 이사 자리를 비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로부터 이같은 수법으로 특례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그의 장남과 차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남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유명 축구선수의 에이전트를 맡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남은 병역장사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이용된 병역특례 사업장은 바코드 인식기 개발업체다. 이 업체의 오너 B씨는 A씨의 장남 최측근 인사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 “수사대상 너무 많아 난감”

한편 동부지검의 한명관 차장검사는 “현재까지 수사 중인 업체는 약 33개다. 하지만 수사를 하면 할수록 계속 늘어나고 있어 지금시점에서 정확히 몇 개라고 말하긴 힘들다”며 “이대로 가다간 수사가 끝도 없이 진행될 양상이어서 7개월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내부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한 감사는 이어 “연루된 업체도 워낙 많고 그에 따라 수사 대상자도 너무 많다”며 “하지만 지원인력을 보강해서라도 적발업체들의 위법 여부를 정확히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S씨 병역특혜설 ‘솔~솔’

강남의 모 방위산업체에 3년간 복무한 S씨는 복무기간 동안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하는 등 영리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실 그에 대한 병역특례비리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었다.

그는 최측근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복무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축제 공연만 100여차례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근무기간 중 다른 영리활동을 3개
월 이상 했을 경우 복무활동을 취소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에 출연하거나 콘서트를 열기도 한 것이다.

S씨의 이 같은 행각은 단순히 소문이 아니라 방송 시청자나 콘서트 관람객 등 다수의 목격자를 통해 공공연하게 확인된 내용이다. 이처럼 확연하게 드러난 사항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지만 정작 S씨가 본인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해명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결과와 이에 대한 S씨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리 연루자들 연락 두절 ‘꼭 꼭 숨어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들 중에는 장관급 인사, 전청와대 고위 관계자, 국세청 지도부인사, 집권당 실세, 모 기업 오너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과 인터뷰를 시도해보았다. 국세청 지도부 인사는 접촉을 피했고 금감원 고위 인사는 휴대폰으로 개별 접촉을 시도해 보았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특히 장관급 인사는 연락을 따로 주기로 했으나 끝내 소식이 없었다.

또 모 기업의 오너는 회사에 문의해 보았으나 직원들은 무조건 회장의 소재를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