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비리’ 교육부 고위간부, 교수로 재취업 '논란'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비리 연루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고 퇴임한 교육부 고위간부가 사립대 교수로 재취업하고, 본인이 세운 비영리법인 대표이사로 복귀를 시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심은석 전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정년퇴임 다음날인 지난 1일부터 충남 서산의 한서대 교육대학원 교육행정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리고 본인이 설립한 비영리법인 ‘한국교육안전공제회’ 대표이사로 선임돼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심 전 실장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지난 7월 직위해제 당했다.
이에 심 전 실장은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정년퇴임을 10일 앞두고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후 심 전 실장은 8월31일자로 정년퇴임했다.
그러다보니 뇌물수수 비리에 연루된 심 전 실장이 아무런 제재 없이 대학교수에 임명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금품수수로 인한 파면이나 해임,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자는 신규채용이나 특별채용을 할수없다'고 돼있다.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심 전 실장이 징계기간이 끝나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퇴직했기 때문에 심 전 실장은 해당 법 적용을 피해 얼마든지 재취업이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직위해제 중 사립대 교수로의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 징계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교수로 근무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이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교육부 장·차관 등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퇴직 후 대학 총장이나 교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학구조조정과 재정지원사업의 '로비스트'로 활용되고 있는 등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교피아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일로부터 2년간 취업이 제한되는 기관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사기업, 법무법인,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이며 사립대는 제외돼 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안전행정부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 4급 이상 공직자의 재취업 제한 대상 기관에 사립대 총장, 부총장, 보직교수 등을 포함시켰으나 교수는 제외돼 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심 전 실장이 이 같은 법의 맹점을 악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심 전 실장은 이와 함께 본인이 설립한 비영리법인인 한국교육안전공제회 이사장으로 선임돼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교육안전공제회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아직 이사장을 맡지는 않았다.
한국교육안전공제회는 학교 안전사고와 수학여행, 현장체험활동 등 교외 활동 중 발생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여행자 공제 업무를 하고 있는 비영리기관이다.
심 전 실장이 초중고교장연합회장 직을 맡았던 2012년 5월 '교육부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이 설립 허가를 내 줬다.
당시 서울시교육청과 강동교육지원청 등이 이 기관의 학교평생교육보험 상품 안내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심 전 실장은 "한국교육안전공제회는 무보수 봉사직으로 비상근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표이사로 가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질의해 보겠다"고 해명했다.
한세대 교수로 임용된 것에 대해서는 "평생 교단에 섰던 사람이 교수로 간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비리 연루 의혹은 증거도 없는데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억울하다. 교원소청심사나 행정심판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심 전 실장에 대한 징계 요구를 받고도 미뤄오다 퇴직 10일 전에야 징계를 내리는 등 업무에 소홀히 해 징계의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제가 발생한 후인 지난 5월14일부터 6월5일까지 감사를 했고 같은달 30일에서야 결과를 통보받아 징계를 진행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오히려 빨리 조치를 해 포장·훈장 등에 제외되는 등 조치가 처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