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한국 경제 35%” 차지 한전 부지, 藥 인가 毒 인가

덫에 걸린 국내 경기진단

2014-09-22     이범희 기자

세월호 사고 이어 상장기업 발목…노키아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박 대통령-이재용 부회장 대구서 만나…정부-기업 돈독함 보여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한국경제가 위기다. 세월호 사고 이후 꽁꽁 얼어붙은 서민경제는 그 실타래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민생법안 처리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힘든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한국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면서 갈 길 바쁜 국내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함을 지적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35%를 차지하는 곳이 ‘삼성과 현대차’라고 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함께 참석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도 현 정부와 국내 굴지 대기업의 돈독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퇴임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말 “삼성과 현대의 경제 집중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도 대기업의 실적부진이 한국경제의 위기로 비치는 것에 대해 대비책을 시급하게 세워야 한다는 점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삼성이 망하면'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다양한 반응들이 나온다. 대부분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한 네티즌은 “삼성이 망하면 국가가 함께 망하나요”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8일 2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가이던스) 발표를 통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9.5%, 24.45% 감소했다고 밝혀 적잖은 충격을 줬다.

더욱이 달러화 대비 엔화 값이 오르며(엔화 약세) 투자심리가 악화된 데다 향후 실적에 대한 염려도 커지며 주가가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전 거래일인 지난 5일 현대자동차는 장중에 21만6000원까지 하락하며 장중 기준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19일 종가는 반등을 거듭하다가 전일보다 1.52% 하락한 19만5000원에 마감됐다.

부동의 시가총액 1·2위 기업에 대한 한국경제의 쏠림 현상은 해가 갈수록 정도를 더하고 있다.

2012년 두 그룹의 매출액을 국내총생산(GDP)과 단순비교하면 35% 수준에 이른다. 삼성이 23%, 현대차가 12% 정도다. 불과 4년 전인 2008년 비중 23%에서 12%포인트나 높아졌다. 두 그룹이 국내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넘어섰다.

이렇다보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참석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과 관련해서도 현 정부와 대기업의 돈독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구는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이기도 하지만 삼성이 성장하는데 모태가 됐던 지역이다. 박 대통령이 추진 중인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는 자리이고, 행사가 열린 지난 15일은 제일모직의 창립 기념일이다.

그리고 6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재계를 대표해 이병철 회장이 파트너가 됐던 것처럼,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정책의 파트너는 이 부회장이 나섰다. 이날 이 부회장은 로비에 전시된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을 박 대통령에게 보여주며 “기록을 보면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곳 제일모직을 세 번 방문하셨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난해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쏠림 해법 찾기 고심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실적쇼크를 계기로 경제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그룹의 문제는 우리나라 거시경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핀란드의 노키아를 예로 들었다. 휴대폰의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노키아는 1998〜2007년 핀란드 수출액 중 20%, 전체 세수의 23%를 담당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쇠락했다. 노키아의 전성기인 2007년 5.8%까지 올랐던 핀란드 경제성장률은 이후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또 기술 지원이나 우수한 기술 인력 양성에 정부가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 창업이나 중소중견기업에 우수한 기술 인재가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시중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가 어려울 때 인재 확보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아침에 신문을 보니 올해 채용계획을 예년보다 줄인다고 하더라"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앞을 내다보고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앞서 유수 대기업들이 올해 신규채용 인원을 줄인다는 뜻을 이미 밝힌 것에 대한 우려다.

그렇다면 경기가 안 좋을 때 소비를 유발시켜 국내경기를 살리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IMF당시 정부에서는 소비촉진과 실물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규제 철폐, 카드발급규제 철폐, 벤처붐을 일으켜 주식시장을 살렸다. 그 결과 부동산과 주식으로 돈들이 몰려들었고, 카드사들이 앞 다퉈 카드를 발급하면서 소비를 증대시켰다. 그리고 부동산 담보대출로 대출 시장도 활성화 시켰다. 실물경기가 살아나고 수출도 늘어났다.

다만 일각에선 그때의 부담이 지금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재계 한 전문가는 “제일 작은 것부터 신경써야 할 시기라며, 세월호에 덫에서 빠져나와 가계경기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며 “내수 살리기에 정부, 기업, 시민 등이 함께 동참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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