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2분기 적자전환…저가항공사 업계 1위 흔들
부실 자회사 지원 우려 현실로…오너 일가 자회사에 350억 원 대여
경영자질 의심 속 서비스 논란까지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제주항공(대표 최규남)이 2분기 적자전환으로 오너일가 손실 떠안기 우려도 깊어졌다. 그동안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같은 애경그룹 자회사에 잇따라 자금을 대여해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제주항공이 오너일가의 손실을 덜어주다 탈이 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비스에 대한 지적도 계속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아성도 흔들리고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총 350억 원을 빌려준 애경그룹 자회사는 애경PFV1이다. 지난해 300억 원을 빌려줬으며 지난 1분기에 50억 원을 추가로 대여해줬다.
업계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제주항공이 오너일가의 손실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봤다. 애경PFV1과 제주항공은 직접적 지분관계는 없지만 제주항공의 2대주주인 애경유지공업으로 연결돼 있다.
부동산 시행사인 애경PFV1은 AK플라자 분당점 등 5곳을 운영하는 유통기업인 애경유지공업의 자회사다. 애경유지공업의 지분 100%는 채형석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보유 중이다. 애경유지공업은 애경PFV1의 지분 98.5%를 보유하고 있다. 즉 애경PFV1은 오너일가가 10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하지만 애경PFV1는 매년 순손실을 내며 오너일가의 애물단지가 됐다. 2008년 1600억 원에 대구 지하철 1호선 종점 근처 부지를 매입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착공 지연으로 해마다 순손실을 냈다. 이후로도 2009년 223억 원, 2010년 490억 원, 2011년 332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도 352억 원의 손실을 봤다.
분양성적도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분양예정가액은 4689억 원이었으나 누적 분양수익은 4634억 원에 그쳤다. 업계는 분양 수익금으로 대출금 상환이 어렵게 되면서 애경PFV1이 그룹 내 우량 계열사인 제주항공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 것으로 봤다.
이를 두고 제주항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자금 회수율이 희박해 보이는 애경PFV1에 돈을 빌려주다가 오히려 그 손실을 제주항공이 떠안게 될까봐서다. 애경PFV1은 제주항공을 비롯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애경PFV1이 2012년까지 금융권과 계열사들에서 빌린 단기차입금은 1417억 원이다. 이 대출금은 분양수익과 제주항공으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상환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경PFV1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으며 지분법손실 반영에 따라 애경유지공업도 손실이 났다.
애경그룹의 효자 계열사
현재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를 유지하며 애경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우뚝 섰다. 매출도 주력사인 애경을 넘어섰다. 전년대비 11.6% 증가한 1911억 원을 벌어들인 애경의 매출은 제주항공 매출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2분기 적자 전환에 들어서면서 그동안의 우려 섞인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너일가 손실 떠안기에 나섰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9억1200만 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전년동기 영업이익 42억7000만 원과 비교해 60억 원 이상의 손실이다.
당기순손실도 19억3100만 원을 기록했으며 전년동기 당기순이익 57억700만 원과 비교해 77억 원 이상의 순손실이 났다. 2분기 매출은 1156억6000만 원으로 전년동기 1023억4100만 원보다 13% 증가했다.
다만 상반기 기준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제주항공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0억3000만 원, 당기순이익은 47억6500만 원, 매출은 2343억6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서비스 부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업계 1위라는 아성이 무색해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 남성승객의 성추행 사건, 6월 발권시스템 오류, 7월 이륙지연 등의 논란이 있었다.
성추행 사건은 엔진결함에 따른 이륙 지연, 객실 내 불과 에어컨 작동 오류에 대해 항의한 승객과 승무원이 마찰을 빚은 사건이다. 당시 상황에 대한 안내방송이 없던 점과, 불친절한 태도에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승객이 승무원의 허리 아래 부분을 만졌다며 성추행범으로 몰린 것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말에 승무원이 태도를 바꾸면서 이 사건은 법정 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논란은 승객과 제주항공 측의 주장이 전혀 달라 여전히 진실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또한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들의 자격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기장 승격 심사에서 모두 19번 불합격한 바 있다. 또 지난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안전 관련 규정을 4번 위반해 과징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제주항공 관계자는 “2분기 적자 전환은 상반기 투자비용이 컸고, 정비 비용 지출에 따라 영향을 받은 것이다”며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태국의 정치 불안, 엔화 약세, 세월호 참사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성추행 사건의 경우 당시 30분 정도 안 되게 이륙이 지연됐었지만 안내방송도 내보냈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하지만 승객의 폭언과 지나친 소란이 일어났고, 성추행이란 말을 꺼낸 것도 승객 쪽이다”고 주장했다.
애경PFV1 자금 대여에 관해서는 “투자 차원에서 여유자금을 활용한 것이다”며 “3% 정도의 은행이자보다 더 큰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채무 상환에 대한 장치도 마련돼 있어 자금 대여에 따른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애경PFV1에 빌려준 돈에 대한 연이율은 6.9%이고, 1년 동안 상환 받는 조건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계속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환금액과 정확한 상환기일이 언제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인 후 연락하겠다”고만 답했다. 이후 제주항공 측의 확인 연락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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