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비대위원장 취임 제3세력 움직인다

2014-09-22     박형남 기자

권노갑 “문희상 추대하자” VS 정대철 “또 다시 친노”
“이석현 유인태 등 위원장감 아니다…서울대당 만드냐”

‘친노 왕따’…
중도파·MBC 출신 등 탈당설 모락모락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친노와 비노 간에 ‘이상기류’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를 영입, 비대위원장으로 앉히려다 ‘친노’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새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도 친노와 비노 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원로와 중진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친노’ 지원을 받은 문희상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됐으나 여전히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특히 이상돈 영입 무산→문희상 추대 과정에서 비노 측에서는 ‘친노 시나리오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노진영이 ‘거사’를 치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당설’, ‘탈당설’, 그리고 제 3의 신당 창당 등 야권발 정계개편의 이뤄질 것이란 게 주된 핵심이다. 이와 관련된 각종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당이 어렵다. 만장일치로 문희상 의원을 추대하자.”(권노갑 상임고문)
“왜 한 사람(문희상)으로 몰아가느냐. 친노이면서 지난번에도 (비대위원장을) 하지 않았느냐.”(정대철 상임고문)

“친노이니 피해줬으면 좋겠다. 당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다시 문희상으로 간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난 18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2층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 권노갑 상임고문이 ‘문희상 추대’에 불을 지핀 뒤 난상토론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 과정에서 탁자를 때리는 소리와 함께 고성이 오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고질적인 문제인 이른바 ‘계파갈등’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 자리에서 정대철 고문은 이석현 국회부의장을, 이부영 고문은 박병석 의원을 추천했다. 추천 받은 인사들은 “난 생각이 없다”, “경쟁 대열에서 빼달라”고 해 ‘무산’됐다. 또 다른 인사는 “목소리 큰 순서대로 할 수는 없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친노 지원을 받은 문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고 말았다. 다만 대외적으로 추대형식이지만 결과적으로 ‘추대’가 되지 않았다. 이 역시 계파갈등 때문이다.

원로부터 실무자까지 ‘한 지붕 두 가족’

이런 분위기는 안경환·이상돈 공동비대위원장 무산 과정에서도 감지됐다. 이들에 대한 영입이 무산되면서 진실공방 사태로 번졌다. 이는 친노계와 정세균계, 민평련계 등이 뭉쳐 공격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이에 친노 측에서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맡은 사람이 어떻게 야당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 측은 “이들이 계파 없이는 비대위원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당내 실무급으로 내려가면 ‘한 지붕 두 가족’ 양상은 더욱 잘 나타난다. 새정치연합 내 당직자들은 손학규계, 정세균계, 친노계 등으로 서로 간의 견제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밥줄을 끊기 위한 전쟁’을 대놓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야에서 당직자 생활을 했던 한 인사는 “솔직히 야당은 계파갈등 때문에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과거 손학규 전 대표가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왔을 때 당직자들 사이에서 직함 문제를 놓고 자리싸움이 치열했다. 이때 손학규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해 당초 영입제의를 받았던 자리에서 한 단계 낮은 직급을 배정받았다. 더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캠프에 합류하는 기준이 ‘누구 계파냐’일 만큼 계파갈등은 심각하다. 이는 곧 야당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분당과 합당 등을 반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문 의원이 추대됐지만 결국 계파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외부인사 대신 당내 인물을 비대위원장에 임명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중립적이고 당권과 대권에 관심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로 좁혀진 끝에 문 의원, 이석현 국회부의장, 유인태 의원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된 후보 모두 ‘X’라는 의견이 적잖았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당이 지리멸렬한 최악의 시기에 이렇게 낡은 리더십밖에 없느냐”고 반문한 뒤 “박기춘 의원이 협상력과 당내 경험 등 의원들과의 관계를 보면 비대위원장에 가장 적합하다”고 박 의원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점이라면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학벌이라는 것인가. 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비판했다. 문희상, 이석현, 유인태 의원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을 비꼰 셈이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문희상, 이석현, 유인태 의원 등이 무슨 리더십이 있는가. 다른 것 욕심내지 말고 전대준비만 잘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떠돌아

실제 친노계와 상당수 동교동계 원로인사들의 지지를 받은 문 의원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박영선 원내대표 거취 파동으로 인한 내홍 수습과 내년 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차기 당권을 의식한 계파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차기 총선 등에 대한 영향력 등을 의식해 이합집산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불거져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문 의원은 추후 당 개혁을 주도하는 혁신형이라기보다는 내년 전대까지 당을 평탄하게 이끌 ‘관리형’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제 3의 신당 창당’, ‘분당설’ 등 야권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당 상황이 봉합 수준을 넘었다. 해체 또는 분해 수준으로 가야 한다”며 “제3지대에서 합리적인 사람들끼리 건전한 야당, 수권 야당을 만들어내야만 다음 총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당을 해체시켜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3의 신당 창당’과 관련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당내 강경파가 여전히 박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중도파, 비노, MBC 출신 세력을 모아 새로운 당을 만들어 자연스레 친노계를 군소정당으로 만들어 버리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장악,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한 뒤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불가능하지만…분당 불씨 살아있다

따라서 비노 진영에서는 ‘문재인 견제론’을 앞세우고 있다. 비노와 정세균, 김한길,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 등 기타 잠룡들로서는 현재의 구도를 깨기 위해 문 의원의 대권 재도전을 막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따라서 탈당 후 ‘안티친노 정당’을 만들기 위해 ‘비노’ 진영이 공감대를 형성, 야권발 정계개편을 현실화시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당내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접한 야당 한 당직자는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현실적인 행동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대 총선이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인데 특히 의원들이 ‘눈치 보기’ 속에 쉽사리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야권 한 관계자는 “문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으나 계파갈등을 없애기는 사실상 힘들다. 특히 ‘박영선 사태’, ‘안경환·이상돈 무산’, ‘문희상 추대’ 등을 봤을 때 친노 세력이 야당에서 얼마나 입김이 센 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며 “차기 전대를 놓고 계파간의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야권 발 정계개편’은 언제든지 살아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제3의 신당 창당’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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