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김무성] ‘적과의 동침’

현대판 항우와 유방, 승자는?

2014-09-22     홍준철 기자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대망’을 품은 두 인사가 한 지붕아래에서 뭉쳤다. 한 명은 당 대표인 김무성 의원이고 한 명은 당 혁신위원장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다. 김 전 지사는 지난 재보선 불참과 총리 지명에서 배제되며 중앙정치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모든 예상을 깨고 빠르게 여당 혁신위원장으로 중앙 무대에 섰다. 그것도 당내 유력한 대권 후보 경쟁자인 김 대표가 호출해서다. 당장 여권내에서는 이런저런 관측이 쏟아졌다. 친박 주류가 아닌 두 인사가 뭉쳤다는 점에서 ‘친박 견제설’부터 ‘청와대 견제설’, ‘판 키우기 흥행몰이용’ 등 백가쟁명식 해석이 뒤따랐다. 이에 본지는 ‘전광석화’처럼 이뤄졌지만 ‘고도의 정치적 한수’를 두고 있는 두 인사의 복잡한 정치방정식을 따라가 봤다.

 

“정치 선수들이 신의 한 수를 주고 받았다. 누가 막판 돌을 던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김무성 당 대표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게 당 혁신위원장직을 제안하고 이를 바로 수락한 것을 두고 여권 내 한 고위 인사가 던진 말이다. 과거 이회창 대권 후보시절이나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이미 7.30재보선에서 당 지도부가 동작갑 출마를 종용했지만 ‘민심탐방에 전념하겠다’고 정중히 고사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는 ‘정치 휴지기가 길어져 대중들로부터 잊혀질 것’이라며 우려감과 냉소적인 시선을 감내해야했다.

사전 조율 없이전화 걸어오자 바로 수락

김 전 지사 측근들은 수락 배경으로 ‘사전 조율’ 없이 김 대표가 갑작스럽게 전화를 걸어와 ‘당 혁신위원장직’을 제안했고 김 전 지사가 바로 수락했다는 전언이다. 외형상 차기 대선 후보 경쟁구도에서 1위를 달리는 김 대표로서는 유력한 경쟁자인 김 전 지사를 과감히 포용했다는 점에서 리더십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김 전 지사에겐 동급 대권 주자로서 ‘너무 쉽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간 게 아니냐’며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전 지사의 한 참모는 “당 대표 휘하의 당직도 아니고 최고위원도 아닌 상당한 권한이 부여된 혁신기구에 들어간 것이 어떻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간 것이냐”면서 “지사님은 평소 당 혁신, 정치 개혁에 대한 신념을 사명감처럼 갖고 있어 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 당내 새누리당 자원 중 김 전 지사처럼 중량감 있으면서 당을 떠나 있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여권 내에서는 이런 저런 해석이 끊이질 않고 있다. 김 대표가 ‘혁신위원장으로서 적격’이라서 러브콜을 보냈다는 주장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존재한다. 지난 ‘문창극 총리 내정자 파문’이 일어 총리직 사퇴가 기정사실로 될 당시 김 대표는 후임 총리로 김문수 전 지사를 강력히 천거한 바 있다.

당시 여당은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대표가 같은 비박 주자로서 김 전 지사 출마 시 ‘표 분산’을 우려해 천거했다는 후문도 나돌았지만 결정적으로 김 지사가 당에 들어올 경우 바로 유력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르고 당 대표직에 오르더라도 김 전 지사의 존재가 부담스러워 총리직을 추천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더 얻었다. 이제 전당대회가 끝났다고 김 전 지사가 덜 부담스러워 임명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비박 진영의 유력한 두 잠룡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당 혁신을 무기로 친박 주류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대표가 친박 주류를 대표해 출마한 서청원 최고위원을 누르고 당 대표직에 올랐지만 여당 주류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해석이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는 이완구 원내대표가 청와대 ‘하명’(?)을 받고 사사건건 김 대표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나아가 ‘박근혜 복심’에 ‘박의 남자’로 불리는 이정현 최고위원이 호남에서 당선돼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김 대표로선 부담스러운 처지다.

초한지 유방과 항우 비유돼 ‘주목’

결국 비박 김 전 지사가 당내에 들어와 친박 주류 세력을 적당히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김 전 지사의 측근은 “국회에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그런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서 부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인사는 ‘친박 견제설’보다는 오히려 김 대표와 갈등설을 제기했다. “야구 감독도 타자와 투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지사님은 2017년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돼 있고 김무성 당 대표 역시 ‘대망’을 품었으니 서로 협력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작년 11월 LA 회동 당시 둘은 나이도 정치 입문도 같아서 막역한 관계로 ‘차기 대통령’이 언급됐을 때 김 대표는 ‘나는 택도 없다’며 김 전 지사를 추켜세우기도 했다”며 “무대가 초한지의 호방한 유방을 닮았다면 김 전 지사는 개혁적이며 청렴하고 일을 할 줄 아는 항우와 비슷하다”고 둘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을 더 강조했다.

나아가 김 대표의 김 전 지사 기용과 관련해 ‘청와대 견제설’이 흘러나왔지만 이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측근은 “혁신위원장직이 청와대와 충돌할 일이 미미하고 보수 혁신과 당 개혁, 공천 개혁을 주로 하는데 대통령과 충돌지점이 없다”면서 “국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짓는 자리도 아니고 정치개혁과 당 개혁에 주력할 예정으로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청와대와 김 전 지사가 ‘각’을 세울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김 전 지사 측에서는 ‘김무성 당 대표-김문수 혁신위위원장’ 조합이 모든 대권 주자나 정파별 이해관계가 맞는 절묘한 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지사 측은 “지금 새누리당은 보수 정권 10년을 맞이해 국민 피로감이 높은 상황이다”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보수혁신, 자기혁신이 필요하고 정몽준 전 의원조차 바라는 바”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 인사는 “야당 역시 비대위원장을 인선하고 새롭게 출발하면서 여야가 혁신 경쟁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이제 친이 친박 등 계파색이 옅어진 상황에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나 공천 혁신 차원이 아닌 정치 개혁의 요구로 번질 수밖에 없고 이런 가운데 소수 정파별 이해관계에 따라 반발하는 세력과 갈등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김(무성)과 김(문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새누리당 정파별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에 초기에는 순항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김 전 지사를 오랫동안 봐왔다는 이 인사는 김 전 지사가 혁신위원장을 통해 ‘깜짝 놀랄 만한 대사건’을 터트릴 가능성을 제기하며 평소 그런 아이디어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김 전 지사는 혁신위원장직을 통해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단점을 커버하고 대중 인지도를 높이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으로 확신했다.

동갑내기 정치입문 동기 ‘180일간 전쟁’

한편 김 대표와 김 전 지사는 1951년생 동갑내기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간판으로 나란히 정계에 입문해 두 사람의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인사 모두 YS키즈로 불리고 있으며 평소 사석에서 ‘문수야!, 무성아!’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과거 유명한 운동권 출신으로 재야활동을 같이 했다는 인연도 ‘김무성-김문수 조합’을 가능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YS의 민주계 출신으로 엘리트 정치 인생을 살아온 김 대표와 민중당 출신의 서민적 이미지가 강한 김 전 지사로서는 서로 인생관, 정치철학이 달라 이질적인 요소도 상당히 존재한다. 이는 김 전 지사가 향후 6개월 동한 한시적으로 운영될 혁신위를 이끌어가면서 김 대표와 풀어가야 할 숙제이자 넘어야 할 산이 될 전망이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