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모 교수의 문화재 산책] “술수가 뛰어난 거상들이 고미술품 거의 독점 판매”

#25. 돈이 돌지 않는 인사동

2014-09-15     정양모 교수

지금 중국 고미술시장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은 중국인들이 과거 문화혁명시절에 큰 실수해 자국의 문화재가 헐값으로 해외로 마구 팔려나가서다. 그뿐 아니라 자신들이 마구 파괴한 사실을 이제 크게 후회하고 다시 자국의 문화가 소중하고 귀중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이를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다.

원래 중국 민족은 자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요 자국의 문화가 단연 세계제일이라고 자부해 왔지 아니한가. 그런데 덩샤오핑 이전까지는 일부 당 간부등 고위층을 제외하고는 너무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했다. 덩샤오핑 같은 인물이 경제를 자유화하고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해 불과 십여 년 만에 경제와 정치적으로 대국이 됐다. 뿐만 아니라 미술문화도 크게 신장 발달해 세계에 내로라하는 현대작가가 수없이 많고 현대의 중국전통회화도 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고동, 도자기, 옥기, 목기, 금동불상 등 고미술품의 가치가 불과 칠팔년 전 보다도 열배 백배가 올랐다.

들은 바에 의하면 중국 고미술시장은 상당히 개방됐고 자기네 고미술품을 사는 사람을 국민 모두가 치켜세우고 있다. 특히 언론이 그들의 용기와 자국미술품에 대한 애정을 높이 평가하고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중국정부에서도 중국문화재를 사들이고 수장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박물관, 미술관 등을 세우려는 사람에게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큰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런 곳이 실제로 한두 곳이 아니다. 본인이 직접 가본 곳 만해도 수십 곳이 넘는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돈 있는 재력가 기업인은 무조건 나라를 해치는 부류라고 매도한다. 또 다른 부류는 겉으로는 나라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 뒤에서는 이념을 달리하는 정치가, 재력가, 기업인은 나라를 해치는 부류라고 부추기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히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가 잘못되기만 바라고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그들의 속임수에 놀아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비참한 상황이니 누가 큰 돈을 내고 우리 미술품을 사고 혹 사고 나면 국민 대다수가 저 사람이 무슨 돈으로 샀을까 부정한 돈으로 산 것은 아니냐고 손가락질한다. 언론 등에서도 은근히 이를 부추긴다. 외신에서 중국 고미술품이 프랑스 인상파 화가의 그림이 수천 만 불에 팔렸다는 보도가 나가면 모두가 정신없이 칭송한다. 또‘그렇게 큰 가치가 있구나’하며 위대하다 하고 사방에서 큰 이야깃거리가 된다.

나는 우리의 침선공예(한복, 보자기, 자수 등), 고려청자 명품, 불교 조각, 겸재 단원 같은 명가의 그림, 조선백자와 분청사기도 최소한 수백 만 불이나 수천 만 불에 거래 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세계 언론이 찬사를 보내고 우리 국민이 박수를 치며 구입한 사람을 칭송하고 격려하는 위로의 말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에서도 여러 가지 세제혜택도 주고 표창하고 훈장도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국민이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며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를 수집하는 박물관, 미술관, 개인 수장가가 모두 칭찬받고 존경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판매를 담당하는 상인도 존경과 대우를 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면 우리 문화에 대해 국민 스스로가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것이다. 또 깊이 이해하고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독창적인 우리 문화의 근간에 미래 문화가 뿌리를 내려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국민 모두가 과거의 크나큰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나는 첫 머리에 ‘인사동 고미술시장에 돈이 안 돈다’고 했다. 모두 몇 사람인지 모르나 인사동의 돈이 재능과 술수가 뛰어난 거상에게만 몰린다고 한다. 그들이 무슨 수단을 써서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고미술품을 거의 독점판매하다시피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부려 벌어들인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을까. 그 돈을 재투자해서 귀중한 가치가 있는 고미술품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 매입해 관심 있는 일반시민, 박물관, 미술관에 판매하면 얼마나 좋을까. 또 고미술품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능력과 재력이 있는 수장가에게 매도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 될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진다.


청화백자 운용문준
18세기 후반 호림박물관 소장

곧게 선 구연부(일부수리 있음)와 양감이 윗 몸체의 풍부한 준으로 한자로는 준(樽)이고 흔히 '충'이라고도 불렀다. 입부분에는 당초문대를, 어깨와 저부 약간위에 두줄 띠를 두르고 여의두문대를 둘렀다. 몸통에는 여의주를 희롱하는 두 마리의 봉황과 구름 문양을 꽉 차게 배치했다. 형식적인 표현의 구름과는 달리 봉황의 모습은 힘차고 활달하고 세밀하게 그렸다. 청화의 발색이 진하여 더욱 힘차게 보인다. 푸른색이 감도는 맑은 백자유약이 입혀졌으며 광택이 은은하다. 굽은 다리굽으로 바닥에 모래를 받치고 구웠다. 강건한 형태와 활달하고 힘 있는 문양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보기 드문 봉황문 백자 준이다.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