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암캐가 되어 드려요”

2007-02-21     정은혜 
도 넘은 10대 ‘교환체벌’ 충격 실태
검찰과 경찰의 정기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독버섯처럼 늘어나고 있는 음란사이트. 최근엔 초등생까지 가담된 음란·변태적인 인터넷사이트와 가학적인 ‘체벌카페’가 무더기로 적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음란한 체벌카페를 운영한 A(8)양 등 초·중등생 7명을 적발, 훈방 조치(만 14세 미만은 형사상 미성년자인 점 감안)했다.
그동안 음란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음란사진 게시 등으로 돈을 챙긴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초등생(8살)이 음란사이트를 직접 운영, 회원도 대부분 미성년자로 이루어진 ‘엽기 체벌카페’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대부분 성적 호기심 또는 친구나 선배의 권유로 카페나 사이트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카페 및 사이트에는 단순한 체벌사진을 게시하는 수준을 넘어 강간 및 불륜, 변태적 성관계 장면을 담은 실시간 동영상까지 제공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음란문화가 심각한 수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일부 당돌한 10대들이 체벌을 빌미로 원조교제 유혹을 던지기도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과연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저는 서울에 사는 16살 남자이며, 스팽커(때리는 사람) 성향이 강한 스위치입니다. 같이 스위치(주인과 노예의 성향을 둘 다 갖고 있는 사람)하실 여자분 구합니다. 체벌이 목적이기 때문에 나이, 외모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부위는 맨 엉덩이 체벌로 제한합니다. 어떤 식의 체벌을 원하시는지 (댓수, 세기 등) 메일로 보내주세요.’

‘나이는 84년생, 키 182에 몸무게 63, 사는 곳은 수원이고, 성향은 멜돔(남자주인, 상대를 학대하면서 성적 쾌락을 얻는 남성)입니다. 현재 팸섭(여자노예, 학대를 당하면서 성적쾌락을 느끼는 여성)을 구하고 있으며 일편단심 오래 갈 팸섭님들 구합니다. 주로 즐기는 플(‘플레이’의 준말)은 에널(항문), 핸드 스팽(손으로 때리는 것), 모욕, 펠라치오(오럴섹스), 도그(강아지처럼 목을 묶어 끌고 다니는 것), 골든샤워(오줌을 맞는 것), 페이스 싯팅(얼굴을 깔고 앉는 행위), 수치, 스핏(침 뱉기), 욕 기타 등등 거의 다 합니다. 나이, 몸매, 얼굴, 경력 안 봅니다. 마음 잘 맞고 내 말에 절대 복종할 수 있는 분이면 됩니다. 관심 있으신 분 쪽지나 메일 주세요.’

유명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한 ‘체벌카페’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다.

인터넷상에서 은밀히 통하는 ‘체벌’은 역할을 정한 남녀가 합의 아래 나체 상태에서 회초리나 채찍 등으로 서로 때리고 맞으며 성행위까지 하는 가학적·피학적 행위를 일컫는다.

지난해 8월 개설돼 2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이 카페는 음란한 체벌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을 공유하고 있다. 운영자는 8살에 불과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 회원들도 대부분 초등학생이다.


초등생이 SM성향 음란카페 운영
이 카페는 주종관계를 설정해놓고 성관계를 갖는 SM(새디즘과 마조히즘의 첫 자를 딴 조어)성향을 띠고 있다.

게시판에는 알몸의 여성이 회초리로 맞고 있는 모습 등 낯 뜨거운 사진들이 실려 있다. 타 사이트에서 퍼오는 것도 있지만, 보통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젖꼭지 고문 등 부위별 체벌 수위가 높을수록 회원들로부터 강력한 추천을 받는다.

사진을 보고 리플을 다는 것은 이 바닥에서 가장 기본적인 ‘매너’. ‘흥분된다. 하루만 맘껏 때리자’ ‘영원한 성노예로 삼고 싶다’ 정도의 리플은 애교수준에 불과하다.

경찰은 “이 사이트에 올라온 리플은 대부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욕설과 음담패설”이라며 “하지만 수치감을 유발하는 모욕적인 리플일수록 환영받는 것이 이 바닥의 생리”라고 말했다.

‘체벌소설방’이란 이름의 게시판에는 회원들이 작성한 비정상적인 체벌을 다룬 소설들이 상당수 실려 있다. 이 방은 ‘체벌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적나라한 놀이공간이자 성적 해방구로 이용되고 있다. 수위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변태적,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묘사하는 것은 기본, 신음소리까지
글로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노예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 위반 시 그에 따른 체벌을 가하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계약서의 일부 내용이다.

‘노예는 주인님의 소유물로서 육체적, 정신적인 자유를 바치며, 가축 이하의 노예로서 시중들 것을 맹세합니다’ ‘주인님의 기호에 따른 피어싱이나 풍부한 가슴 수술, 성기의 확대나 신장 등을 포함한 어떤 신체적 개조도 기쁜 마음으로 받들겠습니다’ ‘주인님의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노예는 옥내외를 막론하고 목 밑의 체모를 완전히 제거한 전라를 원칙으로 하며, 공공장소라 할지라도 의복을 착용할 수 없습니다’ ‘주인님 앞에서 노예는 항상 넓적다리를 크게 벌리고 정좌하며,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깍지 낀 자세로 주인님의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게 유의합니다’ ‘주인님이 배설하실 때에는 대소변을 막론하고 노예의 입을 변기로 사용하시고, 소변기로 사용해 주실 때는 주인님의 분신을 입에 넣어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소중하게 다 마실 것입니다’ 등.


흥분하면 실제 성관계 맺기도
경찰은 회원들이 이들 사이트나 카페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 ‘노예계약서’대로 행동하고 직접 만나기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와 통화가 이뤄진 ‘..L..’이란 남성은 “SM 관련해서는 남자 여자 안 가리고 100명 정도 만나봤다”며 “실제로 노예계약서대로 플(실행)한건 20~30명 정도”라고 경험담을 털어 놨다. 이어 그는 “체벌하다 흥분하면 섹스도 가능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심지어 기자와 메신저 대화를 한 ‘tatoo’란 남성은 “나는 능력있는 멜돔”이라며 “팸섭을 구한다. 경제적 지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로 보아 사이트 내에서 주종관계를 설정해 놓고 성관계를 갖는 것은 물론, 돈이 오가는 거래도 이뤄짐을 추측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일부 당돌한 10대들이 체벌을 빌미로 성인남성을 상대로 ‘원조교제 역제의’의 유혹을 던지기도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물론 여기서 노예계약은 더욱 철두철미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게시판에는 ‘인천의 15세 소녀. 당신의 영원한 암캐(성노예)가 되어 드립니다’ ‘제 나이는 16이구여. 힘세고 체벌 시 봐주지 않는 분 찾아요.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다할 준비가 돼있어요. 어디든 불러만 주세요.’ 등 여성 회원의 노골적인 구애로 도배가 돼 있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는 돈을 받고 원하는 부위별로 마음껏 맞아주겠다는 암묵적인 제안이 숨어 있는 것”이라면서 “요즘 청소년들이 고강도의 음란·변태물에 쉽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니 건강한 성 관념이 허물어져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씁쓸해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음란사이트 및 카페를 완전히 뿌리 뽑는 것에는 회의적인 입장.

경찰은 “IP주소를 바꾸어가며 운영하기 때문에 필터링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만큼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사이트 내에서 일어나는 회원들의 동향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