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프리오픈 현장을 가다

<르포> 사전개방이 오히려 ‘자충수’ 된

2014-09-15     박시은 기자

나흘만에 1만2500명 방문…뜨거운 관심
대다수 긍정적 평가…조기개장 이뤄질까

점검 아닌 견학 그쳤단 비판도 다수 존재
서울시 “시민 의견은 참고, 책임전가 아냐”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 2롯데월드가 프리오픈(Pre-Open)에 들어갔다. 사전 개방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안전성과 교통 혼잡 우려 등으로 생긴 불안감을 검증해보라는 취지다. 현재 제 2롯데월드는 프리오픈 시작 나흘 만에 1만2500명의 시민들이 방문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 측 역시 “방문한 시민 대다수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전검증보다 홍보에 그쳤다는 비난도 거세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반응을 참고하겠다고 밝힌 만큼 철저한 안전검증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일요서울]이 제 2롯데월드를 다녀와 봤다.

[일요서울]이 지난 10일 찾아간 제 2롯데월드는 프리오픈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부터 중년 노인들까지 현장접수를 위해 줄을 섰다. 접수 장소에는 과자와 음료수, 생수 등 롯데 계열사 제품이 비치돼 있었다.

싱크홀, 교통대란, 항공기 사고 우려 등 각종 논란의 정점에 올랐던 제 2롯데월드인 만큼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특히 싱크홀 논란은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제 2롯데월드를 향한 의심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아보였다. 접수를 끝낸 시민들은 ‘방문자’가 적힌 목걸이를 걸었고, 호기심과 불안감이 공존한 모습이었다.

롯데그룹은 제 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한 사전개방행사를 6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다. 투어는 전문가와 언론인,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앞서 서울시는 제 2롯데월드 임시사용 승인 최종결정에 시민들의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미처 온라인 예약을 하지 못해 현장 접수를 하러 온 경우가 대다수였다.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는 프리오픈 참여 신청은 인터넷으로도 가능하지만 일찌감치 모두 마감된 상태다.

제 2롯데월드 프리오픈 프로그램은 시작한 지 나흘 만에 1만25000명의 시민들이 다녀갔다. 롯데물산 측에 따르면 개방 첫날인 6일 1만9900명, 7일 2200명, 9일 4300명, 10일 4100명이 방문해 지난 10일까지 1만2500여 명의 시민들이 다녀갔다. 추석 당일인 8일은 휴관했다.

이는 롯데 측이 예상했던 인원보다 배 이상 많은 숫자다. 이처럼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시민들의 발걸음에 롯데 측은 접수 장소를 두 곳으로 나눠서 받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더 큰 관심을 받다보니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행사의 첫 프로그램은 제2롯데월드의 건설과정을 담은 홍보 동영상 시청이었다. 시공 장면 등 주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영상 관람 후 시민들은 롯데 임직원과 함께 에비뉴엘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 저층부 3개동을 정해진 동선에 따라 관람했다. ‘애비뉴엘(명품관)→쇼핑몰→영화관→아쿠아리움→방재실’의 순서를 모두 거치는 데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홍보는 성공 안전은 글쎄

시설 관람이 끝난 뒤에는 설문지 작성을 하는 것으로 투어가 마무리됐다. 설문지 내용은 안전상태와 교통, 전반적 준비, 방재시설이나 소방훈련 상태에 대한 정도를 평가하도록 돼 있었다. 롯데 측은 설문에 참여한 시민들 중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증정하기도 했다.

나흘 만에 1만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고, 현장 안에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프리오픈 행사는 흥행 면에서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시설 관람 중 대다수의 시민들은 “크다”, “좋다” 등의 평가를 했다. 또 “롯데가 얼마만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느껴지는 건물이었다”며 “논란이 많았던 만큼 화재 등의 문제에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물산 관계자 역시 “참여한 시민들 대부분이 걱정과는 달리 내부가 잘 지어졌다는 등의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또 “주변 주민분들 경우 단체로 몇 명이 방문할 예정이니 예약을 하고 싶다는 전화도 많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프리오픈 투어 방식이 홍보 위주로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통 혼잡 우려와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검증하기 위한 취지와는 달리 쇼핑몰, 영화관, 아쿠아리움과 같은 시설물 관람에 그쳤다는 것이다.

방재실 안에서 화재 대피 등 안전 대책에 대한 설명도 진행됐지만 10분가량의 비중이 적은 시간으로 배치돼 아쉬움을 남겼다.

함께 했던 시민들 역시 안전을 점검하기보다 마치 관광지에 온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저마다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추석 연휴 마지막날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롯데 측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아쿠아리움이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초고층부의 전망대 등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해당 관계자는 “시민들의 관심도가 큰 부분부터 투어 경로를 짰다”며 방재실 방문이 가장 마지막에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함께 한 시민들 역시 아쿠아리움에서 가장 큰 반응을 보였다. 한쪽에서는 “공짜로 관람했다”는 만족감을 보이는 시민도 있었다. 또 설문지를 작성할 때에도 “좋은 구경을 했으니 중간 점수는 줘야지!”라는 말도 들렸다.

제 2롯데월드 프리오픈에 참가한 한 시민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는 “행사장에 있는 직원들의 친절함과 사소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해주는 모습에 기대가 컸다”면서도 “아쉬운 점도 많다”고 밝혔다. 제 2롯데월드 타워가 얼마나 안전성 있게 지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과 달리 애비뉴엘동과 쇼핑몰 등의 저층부만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안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시청한 영상물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느껴지진 않았지만 장점만 주로 얘기한 듯 했으며 교통 대비책도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 2롯데월드 타워가 완공되고 나면 주변의 교통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전 예약을 한 700대의 차량만 주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대책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면서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롯데월드 및 백화점의 주차장이 기존 정책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제 2롯데월드 타워가 아닌 다른 곳에 주차하려는 차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교통 대란이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현재 잠실역 사거리의 출·퇴근 통행차량은 1만대 가량이다. 2016년 제 2롯데월드가 완공되고 나면 지금보다 평일 2만6000대, 주말 4만8000대 더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프리오픈이 시작된 기간 동안 이를 점검하기에는 추석 연휴가 끼여 있어 어려움이 있다. 연휴기간 동안 도로에 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짓겠다고 했지만 영등포에 신세계가 운영하는 타임스퀘어와 같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두 건물의 차이점은 아쿠아리움이 존재한다는 정도에 불과해 흔한 명품관과 쇼핑몰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봤다.

의혹·논란들 원인관계 밝혀져야

이처럼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한 안전점검이라기보다는 견학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임후상 송파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잠깐의 홍보행사를 다녀온다고 해서 안전여부를 시민들이 판단하기 어렵다”며 “전문가들도 석촌호수 물빠짐 현상 등을 최소 반년에서 1년 이상 연구해야 한다고 했는데 시민들이 잘 만들어놓은 외형만 보고 안전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역단체 주민들 입장에서 제 2롯데월드 허가 자체에 대한 문제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석촌호수 물빠짐 등 논란이 있었던 부분에 대한 원인관계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관람 인원도 많고 관리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보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석촌호수 주변 보도와 도로 침하현상 점검은 지난 4일부터 기존에 실시하던 육안점검 외에 장비를 투입해 실시하고 있다. 인근 지하차도 하부의 지반침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측기를 설치했다.

또 석촌호수 주변의 안전관리 상태 점검을 위해 롯데가 시행 중인 용역사항을 살펴보고 하수관 손상상태 등 주변지역 안전에 대해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통대책과 관련해선 롯데 측이 제시한 주차장 예약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이달 중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송파구, 송파경찰서 교통전문가, 롯데관계자 등과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 교통대책 수립과 실시간 대응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의견은 최종 판단에 참고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답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또 “현재 롯데 측이 받고 있는 설문조사는 자체적인 평가를 위함이며 안전을 비전문가인 시민 손에 맡기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조기개장 승인 여부의 미결정으로 입주가 예정돼 있던 상인들의 피해도 주목받고 있다.

개장 승인 보류로 임시개장일에 맞춰 상품을 준비한 의류 등 시즌에 민감한 업체들 등의 손실이 큰 것이다. 일부 업체는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며 종업원들은 취직을 포기하거나 타 매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후상 송파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상인들의 피해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원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 예정 상인들과 롯데 측이 겪는 갈등의 원인은 롯데가 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근거로 계약을 진행했던 것이다”며 “철저한 개장준비를 갖추지 못한 조건에서 상인들과 계약을 한 것인 만큼 롯데 측이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물산 관계자는 “입주 예정 상인들과 마찰이 있기는 했지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 서로 배려하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오고 참여와 관심이 높은 만큼 시민의 눈높이에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