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10개월간 9명 살해

2007-02-20     배수호 
연쇄살인범의 충격 살인현장

지난 2005년 11월 충남에 위치한 호서대학교 경리부장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수감중인 살인범이 알고 보니 공범 2명과 함께 전국에서 10개월간 모두 9명이나 살해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형선고를 받은 김모(45)씨와 나모(44)씨가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두고 7명을 추가 살해했다고 자백한 것.
충남 천안경찰서는 12일 전국을 돌며 택시기사나 고급 승용차 운전자를 납치해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김모(56)씨와 이모(53)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4월 서울 수유리에서 승객으로 가장해 택시를 탄 뒤 현금을 빼앗은 후 운전사를 살해했다. 같은 해 5월에도 서울 대치동에서 승객으로 가장해 택시 운전사를 흉기로 찌르는 등 모두 7차례의 살인을 저질렀다.
이들이 저지른 잔혹무도한 살인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보자.


경찰조사에 따르면 중학교 동창인 김씨와 나씨는 사업실패 후 금전이 필요해지자 범죄를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일당의 살인이 시작된 것은 2005년 2월 15일. 전날 보령의 한 주택에 침입해서 소형금고를 파손해서 1,400달러 상당을 절취한 이들은 다음날 당진군으로 올라왔다. 이들은 당진군의 개사육장에 침입, 충전기전선으로 사육장주인 김모(53)씨의 손과 발을 묶고 살해한 뒤 현금 30만원 상당을 강취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들은 피해자를 칼로 6회 찌른 것도 모자라 몽키스패너로 수차례 머리를 내리치는 등 피해자를 잔인무도한 수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같은달 25일 천안으로 올라온 김씨 일당은 새벽 3시경 피해자 이모씨(34)가 운전하는 고급외제차량을 뒤따라가 이씨를 칼로 위협, 케이블타이로 손과 발을 묶고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때 이들이 이씨로부터 빼앗은 돈은 고작 4만원. 고귀한 한 생명이 4만원 때문에 죽어간 것이다.

천안에 머물던 이들은 다시 3월 5일 최모(34)소유의 고급외제승용차를 천안 쌍용동에서 청원군 오창 용두리까지 뒤따라가 자신들의 차로 고의추돌한 후 최씨를 케이블타이로 묶고 현금 및 카드를 강취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묶어놓고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다시 사건현장으로 돌아와 최씨를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이 사건을 저지를 당시 CCTV에 그 모습이 찍히면서 정체가 드러나게 됐다.


형제, 두 달간 4명 살해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나씨는 범행에서 손을 떼겠다며 범행에서 발을 뺐다.

나씨의 도피로 공범이 없어진 김씨는 자신의 친형을 끌어들이기로 결심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형에게 “천안에서 형이 망을 본 사람을 내가 살인했으니 형도 공범이다”라며 형 김모(56)씨를 협박, 함께 범행할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2005년 3월 단순히 망만 보면 된다는 동생의 말을 믿고 천안으로 내려왔던 적이 있었던 것.

김씨 형제는 4월 27일 서울수유리에서 택시를 타고 남양주시까지 김모(57)씨를 유인, 돌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 후 현금 20만원을 강취했다.

또 두 형제는 5월 5일에는 서울 강남에서 백모(58)씨를 경기 하남시까지 유인해 살해한 뒤 택시를 강취했다. 17일에는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의 한
상점에 강도를 목적으로 침입했으나 피해자가 “도둑이야”하고 소리를 지르자,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이들은 특히 5월 27일 오후 2시경 서울 송파구 방이동 88올림픽공원 주차장에서 고급외제승용차를 소유한 피해자가 얕보는 말로 무시하였다는 이유로 칼로 3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들은 잠시 숨을 고르다 7월부터 다시 범죄행각을 시작했다. 이들은 7월 1일 전기누전검침원을 가장해서 주부 이모(45)씨를 살해한 뒤 귀금속 등 785만원을 강취한데 이어 7월 12일에도 같은 수법으로 주부 최모(58)씨를 살해했다.


범행 실패 후, 새로운 멤버 구축

경찰에 따르면 같은 장소에서 계속 범죄를 저질러 수사망이 좁혀질 것을 염려한 이들은 은신처로 도피했다가 2005년 10월부터 다시 범행을 재개했다.

10월 2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주택에 침입한 이들은 캡스 점검을 하러왔다고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후 주부 김모(64)씨의 목에 칼을 들이댔으나 순간 김씨의 딸이 “강도야”라고 소리치며 밖으로 뛰어나가자 놀라서 도망쳤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의 형은 이 사건 이후 피해자가 신고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여러 사건들의 죄책감에 더 이상 범죄행각을 벌이지 않았다.

형이 발을 빼자 김씨는 최초로 범죄를 모의했던 나씨와 다시 합세해 범행을 이어갔다.

이들은 2005년 11월 18일 밤 10시경 천안쌍용동 H아파트 도로변에서 퇴근길이던 호서대학교 경리부장 김모(52)씨를 납치, 현금 수표 등 150만원과 미화 900달러, 카드 2매를 강취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피해자에게 편지까지 쓰게 했다. 편지는 피해자의 처에게 보내는 것으로 5,000만원을 보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피해자가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는 이유로 다음날 19일 새벽 4시경 아산 배방면 세교리 오목내천 둑에서 목 졸라 살해한 후 수문에 사체를 유기했다.

12월부터는 기존의 범행멤버였던 김씨와 나씨 외에 나씨가 끌어들인 이모(53)씨까지 합세해 범행을 이어갔다.

이들은 12월 8일 광주북구 용봉동의 A식당 주차장에서 고급외제승용차량을 타는 구모(38)씨를 노렸으나 구씨가 차에 타는 순간 “강도야” 라고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이 같은 이들의 연쇄살인 행각은 대학 경리부장 납치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 꼬리를 밟혀 막을 내렸다.

같은 달 29일 주범인 김씨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이들의 범행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범행을 보면 전형적인 인명경시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특히 돈을 위해 친형까지 협박해 살인행각에 가담시킨 행위는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위”라고 혀를 찼다.



#집요한 경찰 추궁에 결국 실토

김씨와 나씨 등은 호서대 경리부장 등 2명의 살인과 총 6건의 범행만으로 구속됐다.

강도 살인 등으로 주범인 김씨는 사형, 나씨는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이들은 대전교도소에서 최종심만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고급 승용차 운전자들만 골랐고 피해자의 손발을 묶은 끈, 범행에 사용한 흉기가 일치하는 점에 주목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월 8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이들의 추가범죄 여부에 대해 집중 수사를 펼쳤다. 이들은 결국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추가범죄에 대해 자백했고 이들의 추가범죄 가운데 공범인 김씨의 형과 이씨의 범죄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핸드폰 통화내용 분석 및 위치추적으로 2월 11일 오후 5시경 충북 청원군 D아파트 앞 노상에서 이씨를 검거하고 당일 밤 9시경에는 서울 금천구에 있는 K아파트 앞 노상에서 김씨를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