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서 빚 100억 원 탕감 미스터리
빌라 사업 이정재 지원?...CP발행 피해자들 분노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법정관리 중인 동양그룹이 100억 원대 빚을 탕감해 줬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실관계 파악에 이목이 쏠린다. 여기에 이혜경 부회장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종용했고, 탕감 받은 회사가 영화배우 이정재씨가 운영하던 시행사로 알려지면서 이들 관계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다. 만약 100억 원 탕감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동양증권 CP발행 파문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른 여파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글쓴이 oo은 “이 글은 100% 언론보도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루머, 가십 및 작성자의 상상 등은 0.001%도 없음을 알려드림”이라고 전제한다.
그러면서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 동양증권 사태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빼먹다” ▲이정재의 라테라스 빌라 건설:대대적인 홍보 ▲이정재에게 100억 이상의 혜택을 준 이혜경 동양 부회장 ▲이정재에게 100억 혜택…다른 피해자들은? 등의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
그 중 세 번째 단락 ‘이정재에게 100억 이상의 혜택을 준 이혜경 동양 부회장’이 눈길을 끄는데 내용인즉 최근 이 씨가 시행사로 참여했고, 현재 살고 있는 빌라에 동양그룹 이 부회장이 부당한 혜택을 준 사실이 밝혀졌고, 빌라 건설사(시공사)인 동양의 실세 이 부회장이 모두(경영진)의 반대에도 이 씨 측에 100억 원의 빚을 탕감해줬다는 게 내용의 주된 골자다.
파산부 의견은
특히 주목할 사항은 이러한 판단이 동양 측이 아닌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의견에 의해 이루어진 일로 “법원에서 내린 판단”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여 관련 의혹에 더욱 집중케 한다.
실제로도 ㈜동양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의견을 물어 동양그룹 대주주 일가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이씨가 대표로 있던 시행사에 대해선 부인권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부인권 소송은 파산선고 전에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의 효력을 부인하고 일탈된 재산을 파산재단에 회복하기 위하여 파산관재인이 행하는 파산법상의 권리이다.
또한 동양사태 피해금액이 1조7000억 원에 비해 이씨의 탕감액 100억 원은 큰 돈은 아닐 수 있지만 동양 사태 피해자는 4만 명이며 100억은 그 중 수십 명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돈인 만큼 그 가치가 상당함을 재차 강조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100억은 피해자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에게 보상할 수 있는 돈이다. 사실관계를 파악해 잘못이 있다면 돌려받아야 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일부 매체들도 이와 같은 의혹을 보도하면서 (주)동양은 시행사가 삼성동 라테라스를 짓는 과정에서 투자한 25억 원을 사업이 완료되기도 전에 다시 돌려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시행사에 준 대여금 140억 원에 대한 이자를 면제해줬고, 190억원이 들어간 시공사 공사비는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씨가 지난 2월 (주)동양 본사가 있는 을지로 사옥을 직접 방문, 이에 대해 해명하려고 했으나 동양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본지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동양 채권단 협의회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협의회 측은 동양 측의 말을 인용해 “확인해 봤더니 관리인하고 법원에서 흘린 내용인 듯 하다"며 관련 의혹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100억 원 탕감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 듯 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와 관련해 이씨 측도 법무대리인을 통해 "배우 이정재가 ㈜동양으로부터 빚 탕감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은 아닙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씨와 ㈜동양은 채무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 이어 그는 "이씨는 2009년말 삼성동 라테라스 부지에서 시행업을 하고 있는 지인으로 부터 같이 사업 할것을 제안 받고 (주)동양과 함께 건축 일은 했지만 공사를 시작한 2010년 초부터 (주)동양과 디자인과 분양을 비롯한 의견 차이로 더 이상 사업을 같이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2012년 11월경 (주)동양이 지정한 신임대표에게 모든 사업권과 주식을 양도 했다"고 덧붙였다.
올 2월께에 이 씨가 ㈜동양에 방문한 것과 관련해서도 "㈜동양의 법적 관리인을 입주자 입장으로 만나 달라는 ㈜동양의 요청으로 만난 것이었다"며 "당시 동양의 법적 관리인을 만났을 때 이정재는 입주자로서 마무리 공사를 끝내 줄 것을 요구하였고, ㈜동양의 담당자는 분양을 가속화 하여 동양사 태에 도움이 되겠다고 얘기 하였지 그 이외의 다른 이야기는 일체 없었던 짧은 만남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사안이 자칫 이 씨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전개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씨는 현재 재직했던 시행사의 주식 전부를 매각한 상태다. 이씨는 2009년 라테라스 부지 매입대금 일부를 직접 부담, 부동산개발업체(디벨로퍼) 등과 함께 빌라 건립에 나섰다.
당시 시행사 이름은 ‘서림C&D’였으며 이씨가 주요주주(지분율 35%)이자 공동 대표였다. 이 시행사는 2011년 사명을 제이엘앤컴퍼니로 바꿨다. 2013년 이 회사 주주 명단에는 이씨가 빠지고 이씨의 부친 이철성 씨가 대표로 있다.
논란을 빚은 삼성동 라테라스는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 전시회’에서 ‘아름다운 작품상’을 수상한 건물이기도 하다. 이 전시회는 대한건축학회,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등 업계 유력단체에서 심사한 것으로 알려져 그 가치가 더욱 높다. 다만 ‘동양사태’가 터지기 4개월 전인 2013년 5월 분양을 시작했으나 미분양으로 시공사 빚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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