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고발] ‘꽃뱀 대리기사 주의보’

대기업 남성들 노린다

2014-09-15     이지혜 기자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대기업에 다니는 A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취한 상태로 대리기사를 불렀다. 그리고 도착한 여성 대리기사에게 차키를 맡긴 뒤 뒷좌석에서 잠이 들었다. 그러나 A씨가 눈을 떴을 때 보인 장소는 A씨의 집이 아닌 경찰서였다. 여성 대리기사는 A씨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며 같이 경찰서에 들어가자고 말했다. 단지 잠만 잤을 뿐인데 성추행이라니 A씨는 너무나 황당했다. 당장 경찰서 들어가서 잘잘못을 가리고 싶었다. 그런데 A씨의 회사가 문제였다. A씨가 다니는 기업은 직원이 경찰에 ‘입건’만 돼도 인사이동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억울함을 뒤로하고 대리기사에게 합의금 300만 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알아보니 나 말고도 당한 사람이 있었다. 대기업 직원만 노리는 꽃뱀이었던 것”이라며 “억울하지만 회사에서의 미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종시로 복귀하는 공무원만 노리는 ‘세종시 꽃뱀’, 여의도 증권맨들을 노리는 ‘여의도 꽃뱀’, 결혼을 앞둔 새신랑만 노리는 ‘웨딩 꽃뱀’ 등 요즘은 말 그대로 ‘꽃뱀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피해자도 늘고 있다. 경찰 입건으로 인사에 불이익을 당한 대기업 직원처럼, 공무원들도 문제를 일으키면 징계를 받게 되고, 이 사실에 언론에 보도되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사실을 알고 공무원을 노리는 꽃뱀이 바로 ‘세종시 꽃뱀’이다.

이들은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는 점을 노리고 접근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틈을 타 ‘작업’을 개시하는 것이다. 대놓고 공무원을 유혹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 대리기사의 사례처럼 ‘날로 먹는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만취 상태의 공무원이 택시에 올라탈 때를 노려 같이 올라탄 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고소를 하겠다고 여성 측에서 주장을 하면 공무원 남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금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혹시라도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주변에서 받는 오해와 가족의 실망 등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김모(38)씨는 “세종시에 내려와서 처음 들은 이야기가 ‘꽃뱀을 주의하라’는 말이었다”면서 “실제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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