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그늘막 텐트서 발암물질…소비자들 ‘충격’

가격과 품질 따로 노는 아웃도어

2014-09-15     박시은 기자

아이더 등 대형 브랜드 제품에서 발견
“자체 검사 후 책임 다 하겠다” 밝혀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아이더(대표 정영훈)가 품질관리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늘막 텐트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아이더 뿐만 아니라 명품이라 외치던 대형 아웃도어 업체들 대부분이 이름을 올렸다. 어린 아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주로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최근 캠핑족의 증가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터에 발생한 이번 논란으로 아웃도어 시장이 입을 타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거세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본격적인 캠핑의 계절이 왔다. 최근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늘어난 캠핑족 덕분에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합류한 아이더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발암물질 검출로 품질 관리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이더의 그늘막 텐트인 ‘인디안 쉐이드’에서 발암물질이 다량 검출됐기 때문이다.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그늘막 텐트 20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10개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 이번 조사는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재)한국의류시험연구원과 함께 진행됐다.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브랜드는 아이더를 포함해 라푸마, 블랙야크, 엣지하우스, 스노우피크, 코베아 등이다. 이 중 아이더(384.3㎎/㎏)가 검출량이 가장 많았으며 엣지하우스(81.0㎏), 레펙스(47.3㎎/㎏), 탑앤탑(44.8㎎/㎏), 라푸마(44.3㎎/㎏), 스노우피크(33.0㎎/㎏), 마운티아(29.8㎎/㎏), 블랙야크(28.0㎎/㎏) 등의 순이다.

포름알데히드는 메탄올의 산화로 얻는 자극성 냄새를 갖는 가연성 무색기체다. 공기 중에 포함된 메탄에 햇빛과 산소가 화학 반응해 생성된다. 특히 탄소가 포함된 물질이 불완전 연소할 때 쉽게 발생한다.

특정 제품에 함유돼 있는 포름알데히드가 기체로 방출되면 흡입 및 피부접촉을 통해 인체에 해를 가할 수 있다. 암과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이 되는 ‘유독물질’이다.

미국의 보건사회복지부의 국립독성프로그램(NTP)이 2011년 발표한 발암물질 보고에는 포름알데하이드가 인간발암성물질(known to be a human carcinogen)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2007년부터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근거해 포름알데히드를 유독물·취급제한 물질로 지정했다. 프롬알데히드가 1% 이상 함유된 혼합물질로 가구용 무늬목이나 직물, 3세 이하 유아용 제품 등의 제조·판매·사용 등이 금지돼 있다.

텐트 역시 가족 단위로 사용해 어린 아이에게도 노출된다. 그렇지만 텐트는 현재까지 포름알데히드와 관련된 안전기준이 없다. 또한 이번 조사 결과에 캠핑 용품 매출 상위권에 올라있는 업체들이 이름을 올려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코베아와 스노우피크는 각각 캠핑 용품 매출 1위와 3위의 브랜드다. 더욱이 이들 제품은 대다수 고가여서 소비자들은 배신감이 더욱 큰 모양새다. 변 의원에 따르면 이번 실험에서 사용된 스노우피크의 ‘메쉬셀터’의 가격은 90만2836원이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6만8744원에 불과한 버팔로의 ‘스크린쉐이드2’ 제품보다 9.2㎎이 많은 33㎎이 검출됐다. 아이더는 발암물질이 가장 낮게 검출된 코베아(21.5㎎)보다 18배 많은 384.3㎎이 검출됐다.

반면 5만1648원인 폴라리스의 그늘막에서는 포름알데하이드가 검출되지 않았다.


품질관리에 찬물세례

이 같은 결과는 성장세를 타고 있던 아웃도어 시장에 직격타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캠핑족 증가로 아웃도어 시장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국내 캠핑 인구는 4배가량 증가했으며 캠핑 시장 규모도 매년 30% 가까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13년 기준으로 약 6조4000억 원 규모다. 2010년에 비해 약 2배가량 성장한 수치다. 전국 캠핑장 수도 1300여개까지 늘어났다.

캠핑 문화 또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를 이용한 ‘오토캠핑’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글램핑’, ‘카라반 캠핑’ 등 고급 캠핑 문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트레킹(Trekking)’과 ‘캠핑’을 결합한 ‘트램핑’도 등장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백화점 업계도 아웃도어 브랜드의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캠핑 관련 용품이 10~30% 늘었다. 또 김포공항점, 평촌점, 노원점 등에서 대형 캠핑 박람회도 진행했다. 김포공항점의 경우 지난 5월 기준 전년 대비 149%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아이더 역시 이 같은 아웃도어 시장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이더는 2012년 2100억 원, 2013년 3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브랜드 파워를 키워왔다. 매장 수는 270개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아이더는 올해의 매출 목표를 5200억 원으로 잡고, 올해 안에 아웃도어 빅5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발암물질 검출 논란은 아이더를 포함한 업계 전체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더군다나 본격적인 캠핑철을 앞두고 이 같은 자료가 공개돼 소비자들의 불안이 크다.

한 소비자는 “휴식과 건강을 위해 캠핑을 많이하는데 그 장비에서 발암물질이 나와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변재일 의원은 “어린 아이를 포함한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텐트 그늘막에 1급 발암물질이 함유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유독물질이 검출된 것에 대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피해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된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리콜 등의 조치를 실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국가기술표준원에서 텐트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캠핑용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원단 제조과정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이 사용됐을 것이다”며 “같은 원단이 일반 텐트에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 제품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아이더는 문제가 된 제품의 자체검사에 들어갔다. 아이더 관계자는 “자체검사를 연구소에 의뢰했으며 결과를 확인한 후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다만 검사 결과 일정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려웠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