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계 겨냥” “靑 시나리오”…여당도 놀란 ‘역투표’

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 막후 스토리

2014-09-15     박형남 기자

‘방탄 국회’를 비난하는 여론에도 부결 시도 주목
“수사 확산 방지 위한 것” 국토위 소속 인사들 연루설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방탄 국회’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이후 여야 정당 지지율도 하락했다. 여야 정치권은 책임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표결을 주도한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급기야 ‘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역투표’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을 끌어들여 ‘여당 압박’을 시도하기도 했다. 정치적 논리로 인해 민심은 정치권을 외면했고‘국회 해산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방탄 국회’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정치권이 왜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을 시도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중폭되고 있다.

“국회의원 송광호 체포 동의안은 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내린친 후 국회 장내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점쳐졌던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 223명 가운데 73명이 찬성, 118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사실상 반대 의사로 분류되는 기권과 무효는 각각 8표, 24표가 나왔다. 예상과 달리 압도적으로 반대표가 많이 나왔던 것이다.

의원, 전방위 수사 ‘사전차단’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철도 부품 납품 업체로부터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65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송 의원은 표결 직후 “이런 결과에 대해 예상은 못했다. 동료의원들에게 고맙다. 결국 국민주권을 생각한 것 아니겠나. 지금은 정기국회 중이고, 저를 뽑아준 유권자들을 위해 주권행사를 못하는 데 대해 의원들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지난 5일 송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사실 정치권은 송 의원 체포동의안을 ‘원칙’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여야 지도부는 세월호 정국으로 인해 ‘방탄 국회’ 비판 여론만은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여야 지도부는 “제 식구를 감싸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구속력 있는 당론으로 의원들의 찬반을 묶지 않는 대신 자율투표에 맡겨, 가결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세월호 정국으로 인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강한 만큼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가장 큰 이유는 국회 특유의 ‘제 식구 감싸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한 관계자는 “ATV사와 경쟁했던 업체는 감사원 결과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더구나 경쟁업체에서 추진하고 있던 사업에 대한 보상을 함에 따라 ATV사가 선정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면서도 “ATV사가 송 의원에게만 로비를 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특히 ATV사와 관련된 상임위 회의록을 모두 뒤져본 결과 이들에게 특혜를 주려는 듯한 발언을 한 의원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송 의원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국토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게다가 ATV사가 로비를 펼쳤을 당시 총선으로 영향력이 없을 때에 벌어졌다”며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국토위 전방으로 수사가 확산될 수 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현재 ‘철피아’ 사건과 관련해 송 의원이 외에도 국토위 소속이었던 인사들의 연루설이 나돌고 있다.

송 의원은 “당시 저는 정무위원회 정무위원으로 일했기에 그런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송 의원이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국토위는 물론 전방위로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확산될 것을 우려감이 부결의 한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대대적 사정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을 낳았던 ‘철피아’ 수사 전체가 위축될 전망이다.

MS계 겨냥한 사정

특히 이번 표결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선 “MS(김무성)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잖았다고 한다. 철저하게 친박 핵심 인사들 위주로 당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거수기’ 노릇만 할 수 없다는 인사들이 MS계로 말을 갈아타면서 청와대가 이를 견제하려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 측 한 관계자는 “송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를 적극 지원했다. 청와대와 당이 느슨해진 것을 바로 잡기 위해 ‘MS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사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며 “김 대표를 적극 지원한 인사들이 대거 체포동의안에 반대 의사를 던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치권 일부에선 통상적으로 사정정국은 ‘청와대가 기획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전례를 비춰볼 때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당을 장악하기 위한 청와대의 조치로 보여진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청와대에서는 서청원 의원을 간접적으로 지원했으나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더구나 2016년 총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체포동의안 부결로 나타난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송 의원 체포동의안 표절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불협화음이 드러난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검찰 사정정국 견제

또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표결을 놓고 ‘검찰 사정정국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조직에 위기가 생기면 거물급 인사 수사로 이를 비켜간 검찰의 행태를 문제삼고 있다.

더구나 여의도에서는 합법화(?)되다시피 한 사안까지 검찰이 수사한 것에 대한 비판을 표출하기 위해 부결시켰다는 얘기다.

실제로 여야를 막론하고 ‘입법로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의원들은 정치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각종 이익단체의 후원,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정치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당 의원이라고 하더라도 검찰의 수사에 대해 야당이 흔쾌히 협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역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