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수사 불공정 했다”
2004-11-15 김현진
측근에 따르면 평소 이 전총재는 대선 때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해 주고 수감생활을 하게 된 김영일 전의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전총재는 위로차 수감중인 김 전의원을 가끔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추석 연휴 즈음, 김 전의원이 입원중인 병원을 방문해 30여분간 환담을 나눴다.김 전의원은 지난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30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었다. 김 전의원은 1주일 가량 입원해 종합 검진 등을 받는 동안 측근을 동반한 이 전총재의 예고없는 방문을 받았고 오래간만에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이 전총재는 김 전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몸은 좀 어떠냐”고 안부를 물었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벌을 받아야 하는데 김 총장이 대신 벌을 받고 있어 할 말이 없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김 전의원의 빠른 쾌유를 빌었다고 한다.
이 전총재의 한 측근은 “이 전총재는 김 전의원과의 대화에서 ‘불법 대선 자금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했다’면서 현정권과 검찰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건강을 염려하는 이 전총재에게 김 전의원은 “몸은 괜찮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두 번이나 대선에서 지게 돼 오히려 죄송스럽다. 본분을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또한 “수감생활은 크게 어렵지 않다. 견딜 만하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게 측근의 말이다.김 전의원이 구속된 이후 구치소 밖으로 나온 것은 병원 방문이 처음이었고, 시기적으로 추석 연휴 직후라서 외부에 일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나라당 박 근혜 대표를 비롯해 김덕룡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이 잇따라 방문해 위로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종구 전특보는 “이 회창 전총재는 그 동안 수고를 많이 해준 김 전의원에 대해 안쓰러움을 느끼고 있다. 정 때문에 가끔 방문해 위로한다. 병원을 방문했을 때도 교도관이 함께 들어갔다. 안부 정도 전할뿐이다. 대단한 내용의 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대선 당시 기업들로부터 700억원대의 불법 대선 자금을 모금한 김 전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11억 여원을 선고했다.재판부는 김 전의원이 기업체로부터 거액의 불법자금을 받아 집행하고 이후 회계 서류 폐기를 지시한 만큼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고 밝힌 바 있다.재판부는 그러나 김 전의원이 야당 선대위본부장으로서 한 일이었고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으며 이후 삼성에 채권 138억원을 돌려준 점 등을 감안해 1심 형량에서 감형했다고 말했다.
정가, 이 전총재 남대문 사무실 동정에 촉각
이회창 전총재는 지난해 불법 대선 자금과 관련, 두 차례에 걸쳐 기자 회견을 갖고 “다 내 잘못이다”라는 소견을 발표, 올 초 3월엔 직접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인 뒤 정치에서 손을 뗐다.이 전총재는 주로 자택에서 러닝머신을 구입, 운동을 하거나 독서로 시간을 보냈다. 이 전총재의 유일한 취미였던 옥인동 자택 뒤 ‘인왕산 산책’도 그를 알아보는 행인들로 인해 4월말로 그만 뒀다는 게 측근의 말이다.이 전총재의 닫힌 생활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측근들이 ‘ 외출’을 권장하기도 했지만 이 전총재는 이를 마다하고 칩거 생활을 해 왔다.그런데 서울 중구 남대문 부근에 이 전총재가 개인 사무실 내면서 ‘ 정치 재개’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종구 전 특보는 “ 이 전총재가 옥인동 자택에 계실 땐 집이나 근처 식당에서 모임을 갖곤 했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건강을 위해선 바깥출입을 자주 하는 게 좋다는 주변의 충고를 따라 사무실을 내게 됐다”면서 “ 정치 재개와 연결시키는 것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그는 “ 이 전총재가 다시 정치를 할 생각이 없고, 그렇게 하기엔 이 시대 정치적 사고와 틀이 너무 달라졌다”고 말했다여야의 대치 정국이 지속되는 11월, 남대문 사무실을 오가며 세상과 소통하는 이 전총재가 앞으로 정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의 행보 하나 하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남대문에 위치한 사무실 여직원은 “입국 이후 한번 사무실 방문이 있었을 뿐이다. 오시더라도 잠깐 머무는 정도”라고 밝혔다.